한국 김치, 미 대륙 점령

가끔 해외 팝스타의 인스타그램에서 김치가 등장한다. 최근 미국시장에서 김치가 비건푸드로 알려지면서 젓갈을 넣지 않은 발효식품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유튜버들이 먹방을 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음식인 김치도 알려지게 된 것.

한국인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나올만한 대답은 ‘김치’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한국 하면 어떤 음식이 연상되는지 물었을 때 김치를 먼저 대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김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치 특유의 향에 대한 거부감이 오랫동안 있었고, 김치를 활용한 식문화가 없는 지역에서 김치는 여전히 ‘이국적인’ 요리일 뿐이었다.

풀무원이 ‘한국산 김치’로 미국 주류 시장을 공략하고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은 그래서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의 한인 시장 또는 아시안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대신 아예 주류 시장에 뛰어든 것은 꽤나 과감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풀무원은 홍콩계 두부업체인 나소야를 2016년 인수해 2018년 5월부터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나소야’라는 브랜드로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다 지난해 8월부터는 주류 마켓 김치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풀무원이 ‘나소야 김치’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미국 전역 4500개 점포를 갖고 있는 월마트에 입점하기 위해 2년 동안 공을 들였다. 월마트 바이어를 상대로 오랜 설득 끝에 풀무원의 나소야 김치는 2018년 5월 월마트 100개 매장에서 마켓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자 월마트는 풀무원 나소야 김치 판매 점포를 100개에서 200개, 500개씩으로 차츰 늘려가다 지난해 5월부터 3900곳으로 확대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미국 주류 시장(미국인 3억3000명이 이용하는 시장으로 250만 한인 시장은 포함되지 않는다)에서 김치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기준 풀무원 나소야 김치의 시장 점유율은 42.8%로 압도적 1위였다. 현지 생산업체인 2위(13.4%)와 3위(11.5%)를 합친 것보다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풀무원 관계자는 “정통성 있는 ‘한국산 김치’가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성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수출을 통한 김치 세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세웠다. 복합유산균인 ‘씨앗유산균’을 자체 개발해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 맛을 구현했다. 글로벌 김치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김치와 유산균이 거의 없는 일본산 기무치 또는 살균김치가 한국산 김치와 경쟁하고 있다. 풀무원은 씨앗 유산균을 활용한 김치 발효 노하우로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미국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김장독 쿨링 시스템’도 풀무원 김치 발효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겨울철 냉기와 땅의 온기를 순환시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김장독 발효 원리를 구현해 낸 글로벌 김치 공장에서 유산균이 풍부하고 시원한 풀무원 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IoT(사물인터넷)기술을 도입해 절임부터 포장까지 모든 제조과정에 센서를 달아 온도, 습도, 염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조 과정마다 최적화된 온·습도를 유지해 과발효를 방지하고 실시간 염도 측정으로 김치의 짠맛을 균일하게 만들고 있다. 자동화된 설비로 세균 번식을 차단하는 등 위생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지키고 있다.

풀무원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김치 수출도 확대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김치 수출 성장률은 65.0%나 됐다. aT는 이에 대해 ①한국산 김치 수출업체(풀무원, 대상 종가집, CJ제일제당 비비고 등)의 제품 현지화와 현지 유통매장 입점 확대 ②미국 내 김치 시장 확대로 다양한 한국산 김치 수입량 증가 때문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김치가 면역력 강화 음식으로 주목받으며 당분간 김치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용기형 김치’를 한국 시장에도 내놨다. 풀무원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 맛을 선호한다. 국내 출시와 함께 일본, 중국으로도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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