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한반도 반년 동안 폭염 지속 가능성… 기상청 ‘폭염백서’ 발간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지 못할 경우 2100년에는 5월부터 폭염이 시작되고 1년 중 절반 이상을 극심한 더위 속에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폭염백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 대응 수준에 따라 한반도의 폭염 발생 시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이번 백서는 한반도 폭염의 원인, 과거 사례, 미래 전망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정부 공식 문서로, 최근 폭염이 더욱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폭염 양상을 면밀히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폭염, 2100년에는 5월부터 시작될 가능성

폭염백서는 기후변화 대응 수준에 따라 4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한반도의 미래 폭염 양상을 예측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고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는 경우로, 이 경우 폭염 발생 시기는 현재(7~9월)보다 1개월가량 앞당겨져 2100년에는 6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산업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화석연료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경 폭염이 5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며,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연중 가장 더운 기간(하루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날 전후 30일)’의 평균 기온은 2023년 25.5℃에서 2100년 32.4℃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극대화하면 평균 최고기온 상승 폭을 3℃ 내외로 억제할 수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최대 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다.

폭염 발생 시기 빨라지고, 지속 기간 길어진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도 폭염 발생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지속 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1990년대의 폭염은 7월 중순에 시작해서 한 달여간 이어졌다면, 2010년대의 폭염은 6월 후반에 시작되어 8월 중순에 끝났다. 20년 사이에 폭염이 6~7일가량 빨라졌으며, 종료 시기도 하루 이틀 늦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폭염 지속 기간이다. 2023년 평균 폭염 지속 기간은 4.4일이었지만, 2100년까지 최대 17.4일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폭염 발생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북태평양의 수온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면서 체감 더위가 심해지고, 대기 순환이 변화하면서 폭염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2~6년 주기로 변화하는 동아시아 기압 패턴이 폭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한반도와 중국 북부 지역에서 폭염이 심해질 때, 중국 남부에서는 폭염 발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기압 패턴의 변동성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하면 폭염 발생 예측력을 높이고 대응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 한반도 겨울 한파 심화 가능성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한반도의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연구소(C3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20℃ 이상 상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1℃까지 올라 얼음이 녹는점(0℃)에 근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북극이 따뜻해지면 한반도의 겨울은 오히려 더 추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극 한파(polar vortex) 현상 때문이다. 북극과 저위도 사이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공기 흐름이 깨지고,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한반도에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통 북극과 저위도 사이에서는 ‘한대 제트기류(polar jet stream)’가 형성되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북극 온난화로 인해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으로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극단적인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핀란드 기상연구소 연구원*미카 란타넨(Mika Rantanen)은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북극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관측 사상 가장 극단적인 기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북반구 전역의 이상 기온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하다

기상청이 발간한 폭염백서는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1년 중 절반이 폭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후 대응 노력을 강화하면 기온 상승을 일부 억제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
도시 녹지 확대 및 친환경 건축 도입
폭염 예측 기술 발전 및 신속 대응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 연구 및 국제 협력 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한반도가 5개월 동안 찜통더위에 갇히는 ‘뉴 노멀’이 될 수도 있다.

More from this stream

Recomended

영국 AI 데이터센터 탄소배출 논란: 계획된 2곳이 ExxonMobil보다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분석

영국에서 추진 중인 AI 데이터센터 2곳의 연간 탄소배출이 ExxonMobil의 2023년 배출량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망 접속 대기 물량, 가스발전 계획, 물 부족 전망이 맞물리며 지역사회 반발도 커지고 있다.

유럽 폭염 가뭄이 흔든 2026년 작황, 기후변화로 커진 식량 리스크

2026년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가뭄으로 곡물 생산과 수확량이 다수 국가에서 동반 하락했다. 유럽 폭염 가뭄이 작물과 식품 가격, 사료와 축산, 지속가능한 식품정책에 던지는 함의를 짚는다.

중국 탄소 배출 감소, 유가 충격 속 석유 수요 9퍼센트 급감이 던진 신호

최근 몇 달 사이 중국의 석유 사용이 9퍼센트 줄면서 중국 탄소 배출 감소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전쟁으로 흔들린 공급 충격이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확산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는다.

메탄 감축 없이는 2도 아래도 위태롭다: ‘메탄 감축’이 넷제로의 성패를 가른다는 연구

이산화탄소 넷제로만으로는 ‘2도 이하’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 연구는 목표 온도에서 역산해 필요한 메탄 감축 폭을 제시하며, 2050 넷제로라면 메탄 감축이 핵심 변수라고 강조한다.

콩가리 국립공원의 범람원 숲, 콩가리강이 만든 생태계와 지속가능성의 현장

NASA Earth Observatory가 Landsat 9로 포착한 콩가리 국립공원의 범람원 숲은 콩가리강의 반복되는 범람과 퇴적이 어떻게 오래된 저지대 활엽수림과 옥스보 호수를 유지하는지 보여준다. 물 관리와 기후 리스크, 생물다양성,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까지 연결되는 의미를 짚는다.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흔드는 ‘Clean Air Act’… EPA ‘섬전력’ 지침이 낳는 규제 공백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EPA가 ‘섬전력’ 발전소는 산성비 프로그램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하면서 Clean Air Act의 핵심 감시 도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