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대학교 재학 중 출연한 JTBC ‘비정상회담’으로 방송에 데뷔한 타일러 라쉬. tvN의 ‘뇌섹시대 문제적남자’, SBS 라디오의 ‘김영철의 파워FM, MBC의 ‘대한외국인’ 등 다양한 방송활동 중이다. 그런 그가 단독 출간한 책은 바로 환경에 관한 책이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데, 고작 목소리 내길 주저하겠는가.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못 낼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타일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78쪽 발췌.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 존재, 우리가 만든 모든 문명은 자연 안에 있기에 자연의 질병은 반드시 인류의 파멸로 돌아온다. 자연은 ‘공존’을 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살아 남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우리의 보금자리라고 말하는 타일러를 인터뷰했다.
- 최근 근황은 어떤지?
2022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진짜 시간이 훅 갔어요. 저는 올해를 천천히 보내려고 했는데 어느덧 반년이 흘러 지났습니다. 제 근황은요 제 일상, 삶의 질에 좀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 아버지와 여행을 했고요, 강아지와 시간을 같이 놀러다니고 있습니다.
- 첫 책을 기후위기에 관한 책을 썼다. 먼저 어떤 계기로 책을 쓰기로 결심했나?
어릴 때부터 자연이 풍부한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육 받으면서 그 관심이 조금씩 커졌고, 나중에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가 점점 많아지고 한국에서 대기오염 문제를 직접 겪게 되니까 목소리를 더 이상 안 낼 수 없는 수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최근 그레타 툰베리 같은 어린 학생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저도 안그럴 이유가 없는 것 같았죠. 그렇게 시대에 영향을 받아서 환경에 대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방송활동을 처음 할 때부터 종종 출판제의가 왔었는데 친환경 인쇄에 대해서 출판업계가 그렇게 좋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FSC인증 종이에 콩기름으로 인쇄해서 책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만들어도 팔린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 그 책이 전공과는 다른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인 이유는?
전공 관련된 책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출판을 알아보는 과정 중에 대부분의 출판사가 친환경 재생지, 식물성 잉크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그렇게 해 주는 인쇄소가 없다든지, 소비자가 그렇게 만든 책의 가치를 못 알아본다든지, 조금만 더 노력해서 더 친환경적인 책을 안 만들려고 온갖 핑계가 쏟아져나왔어요. 더 알아보니까 한국에서 이미 그렇게 인쇄하는 곳이 많았고, 다만 친환경 인쇄로 나오는 도서는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는 거라는 거죠. 즉, 업계에서 국내시장에서 굳이 그렇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그게 조금 충격이었고 화가 나 가지고, 더 환경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국제정치, 언어 등 전공 관련 얘기를 담아서 책을 펴내기 전에 이 환경문제가 먼저 거론되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었죠. 그래야 제가 나중에 다른 책을 써도 그나마 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책을 쓰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가장 공들인 부분은 크게 2가지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첫째, 기후위기가 매우 크고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어렴풋하기만 하고 멀게 느껴지고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는 그런 특징이 좀 있어요.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좀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책에 환경 이야기와 함께 개인 이야기를 중간중간에 섞어놓았고 챕터를 짧게 해서 수필 형태를 택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가장 크게 신경쓴 것은 당연히 책의 제작 그 자체였는데요. FSC인증종이에 식물성 잉크를 사용하고, 띠지를 사용하지 않고, 책의 크기를 일부러 인쇄소에서 자를 때 낭비되는 종이가 적도록 작은 규격을 택했고요, 잉크는 흑백에 단색인 것도 아끼기 위함이었어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선화가 들어간 부분이나 채도를 확 낮춘 흑백 사진도 그렇고 일부러 작게하고 잉크를 덜 쓰는 식으로 삽입했습니다. 챕터를 나누는 디자인도 일부러 한 페이지 전체를 칠하지 않고 끝자락 부분만 색을 넣었습니다. 표지도 일부러 매우 단적인 것으로 직접 컨셉을 그려낸 것이고요. 이렇게 책을 조금이나마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언행일치하려고 노력했어요.
- 환경위기를 직접 느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직접 행동하지 않을까?
위기가 코 앞에 닥친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인간의 심리예요. 게다가 어려우면 가능한 피하고 남이 대신 해결해 주겠지 하는 심리도 있죠. 기후위기는 어려운 것을 우선 회피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그렇게 자 자극시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기후위기는 과학적인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핵심에 사람의 문제, 선택의 문제, 발상의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본인이 기후위기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별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 일상을 살아나가면서 힘을 보태고 기후위기를 알리고, 알고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하게끔 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 기후위기는 절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개인의 차원에서 절대 해결되지 못해요. 규모가 너무 크니까요. 하지만 잘만 움직이면 일인이 백인 되고 백인이 천인이 되고 천인이 만인이 되는 법이라, 함께 하면은 규모를 가질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대신 사소한 것에 시선이 뺏기면 지는 겁니다. 큰 것에 신경 써야 해요. 물론 사람마다 대응이 다를 수 있고, 일상 생활에서 하고 싶은 실천이 많을 수 있죠. 실천 많이 해도 좋아요. 저도 응원합니다. 하지만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행동, 꼭 기억했으면 하는 실천들이 있다면 바로 규모를 가질 수 있는 이 3가지입니다.
첫째, 투표할 때 그나마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을 가진 자를 뽑아서 대응할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드는 겁니다. 둘째, 기후환경문제에 신경쓰고 제품에 인증마크를 찍고 기부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노력하는 자가 경쟁에서 이기고, 전체적으로 시장을 조금 더 친환경적인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셋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가끔 의사 표현을 조화를 위해서 삼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더 이상 침묵할 여유가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할 때 어디 가든 기후위기 이야기를 피하거나 참거나 그러지 마시고, 꼭 관련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사람들이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3가지만 지켜도 세상이 바뀝니다.
- 우리 매체는 채식에 대해 주로 말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 비건들을 향한 인식은 어떤것 같나?
한국에 이사 왔을 때, 2011년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전혀 비건 관련 인식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하지만 특히 한 2016년? 2017년? 이후로 조금씩 조금씩 채식과 비건이 자리 잡아왔고 이제 워낙 윤리적인 것, 혹은 건강 때문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그리고 배타적인(?) 폐쇄적인(?) 느낌도 많이 없어졌어요. 예전 같았으면 비건 안 하면 안 된다는 운동권스런 식으로 받아드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비건이 하나의 삶의 장르가 되었고 비건을 하든 안 하든 비건 식이요법, 생활법의 장점을 같이 누릴 수 있게 돼서 참 방향이 좋은 것 같아요. 더 함께하기 쉬워졌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비건제품(식품, 뷰티 등등)이 나타나고 전혀 비건에 올인할 생각은 없어도 어느 정도 참여하게 되는 소비자들이 점점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비건 소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 조금씩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행동이 허용되었다는 뜻인 것 같아요(예전, 2015년? 2016년만 해도 오히려 제품 판매 저조시키는 요인이었다는 조사가 있었음). 그리고 앞으로 친환경 소비가 점점 주류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었으면 좋겠어요.
- 채식이 확대되기 위해서 어떤 활동/운동/캠페인이 필요한 것 같은가?
비건 제품이 요즘에 마케팅되고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경로와 같이 하면 될 것 같아요. 이것만 해야 한다는 식의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인 게 아니라, 이것도 당신의 일상의 일부가 되면 좋다는 식의 메시징이 필요하죠. 그리고 저에게는 사실 채식이 또한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받아드리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식이요법이 다른 문화권이 많잖아요? 돼지 못 먹거나 소 못 먹거나 어떻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못 먹는다거나 그런 게 많아요. 그런데 다 채식으로 해결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학교, 공공기관 식당가, 기업이나 백화점 식품코너에 자리 잡고 있어야 향후 관광업에도 좋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려면 대중적으로 채식의 매력이 알려져야 하는데 조금 더 채소를 섹시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미식가들과 셰프 등등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 베지로그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러분이 워낙 채식에도 관심이 있으시고 해서 이미 윤리나 기후환경문제에 대해서 어떻게보면 저보다도 더 생각하시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식습관까지 이렇게 바꿔 생활하시는 점 칭찬 드리고 싶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좋은 영향력을 주고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제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기후위기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사람과 생각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부탁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를(이미 하고 계실 수도 있지만)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투표할 때 기후위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투표하는 것. 둘째,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할 때 그나마 친환경에 노력하는 기업의 상품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제품을 피하는 것. 그리고 셋째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말하고 다니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해서 서슴없이 얘기를 나누고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