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log Page 4

브라질, COP30 앞두고 기후 계획 제출 촉구…”마지막 기회” 경고

브라질이 세계 각국에 긴급 호소를 보내고 있다. 다가오는 9월 25일,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별 기후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제출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 28개국만이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출한 상태로, 중국, EU 등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대부분이 아직 계획조차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의 핵심 목표 달성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 정상들의 목소리, COP30 정상회의를 향한 마지막 질주

브라질은 올해 11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주관할 안드레 코레아 도 라고(André Corrêa do Lago) 브라질 외교관은 각국 정부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NDC는 단순한 2035년 목표치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 청사진이며, 협력의 수단이다. 만약 제출된 계획들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을 만들기 위해 COP30에서 더 강력한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Xi Jinping)과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하며 기후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했다. 도 라고 외교관은 중국이 제출 기한 내에 “야심 찬 NDC를 발표할 것”이라며 신뢰를 표명했지만, 구체적인 계획 내용은 아직 베일에 쌓여 있다.

COP30 준비위원회는 절차적 교착 상태를 피하고자 9월 25일과 10월 15일 양일간 ‘대면 협의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본회의 직전에만 열리는 형식으로, 주요국들이 의제 합의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다.

벨렝에서의 난관: 열악한 인프라와 배제되는 목소리들

그러나 브라질은 COP30 개최지인 벨렝(Belem)의 열악한 인프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작은 아마존 강변 도시는 평소 1만 8천 개의 호텔 객실밖에 없지만, 5만 명 이상이 참석할 이번 정상회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숙박비는 1박당 최저 4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치솟아, 취약국가 대표단과 시민사회단체(NGO)들의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는 6천 명을 수용할 크루즈선 2척을 긴급 투입하고, 지역 주민들의 방 임대 플랫폼을 열었지만 역부족이다. 심지어 언론과 시민단체는 회의장 출입조차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 벨렝 공항의 보안 및 수용 능력도 문제로 떠올라,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 여부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제대로 참여조차 못 한다면, 공정한 기후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비판했다. 브라질 정부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9월 25일, 기후 계획의 운명을 가르는 날

다가오는 9월 25일이 중요한 이유는 이 날짜 이후 유엔이 각국에서 제출받은 NDC를 취합해 ‘합성 보고서(Synthesis Report)’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파리협정 1.5°C 목표 달성을 위한 세계의 진척 상황을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로, 만약 주요 배출국들이 제출하지 않거나 미흡한 계획만 제출한다면 COP30는 더욱 첨예한 대립의 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도 라고 브라질 외교관은 “약한 계획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벨렝에서 더 강력한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회의장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책임 공방, 기후 금융 분쟁 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한계선, 9월 25일. 전 세계의 이목이 브라질 벨렝으로 쏠리고 있다. 과연 나라들은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기후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인가. 그 결과가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도미노피자, 비건 치즈 도입 요구 고조

세계적인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Domino’s Pizza)는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 여러 주요 시장에서 이미 비건 치즈 옵션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본사가 위치한 미국에서는 여전히 비건 치즈 메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소비자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비건 고객들은 물론, 유제품 알레르기 및 건강을 고려한 고객들 사이에서도 치즈 없는 피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질적인 선택권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미노의 미국 지점은 경쟁사에 비해 점차 차별화된 메뉴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동물권 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미노피자의 주식을 매입, 주주 자격으로 이사회에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수만 명의 소비자가 참여한 청원 운동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 있으며, 전문 리서치 기관의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시장성을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PETA는 단순한 시위가 아닌, 투자자 자격으로서 윤리적 요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미노는 더 이상 소비자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레이시 레이먼(Tracy Reiman), PETA 대표

2024년 식물성 식품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 약 7백 90만 가구가 식물성 대체식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특히 식물성 유제품 시장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요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건강·환경·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지속적 소비 트렌드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미노 미국 본사는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일관성 및 소비자 중심 전략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시장의 교훈: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대응한 메뉴 혁신이 관건

흥미로운 점은, 도미노피자의 한국 시장에서는 신제품 개발과 현지화 전략이 비교적 유연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미노코리아는 불고기 피자, 치즈 퐁듀 피자, 고추장 바비큐 피자 등 한국 고유의 입맛을 반영한 레시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매우 짧은 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4년 외식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피자 시장은 약 2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특히 프리미엄 수제 피자 및 건강 대체식 옵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루텐 프리 도우, 저탄수화물 피자, 비건 토핑 제품들이 신메뉴 개발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도미노 글로벌 브랜드가 각국의 소비 트렌드를 전략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한국처럼 소비자의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신메뉴의 빠른 테스트 및 반영 능력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경쟁사인 Blaze Pizza, Mod Pizza, Papa Murphy’s 등은 이미 비건 치즈 도입을 완료하고 고객 충성도를 확보해가고 있다. 도미노가 이 흐름에 뒤처질 경우, 젊은 세대와 윤리적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소비, 윤리적 식품 선택, 다양한 식생활 패턴의 존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도미노는 전 세계 여러 시장에서 이미 이 변화를 수용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를 미국 본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실현 가능할 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의 신뢰도를 높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남극의 얼음 밑, 생명의 수수께끼를 풀다

남극의 깊은 얼음 밑, 그 누구도 손닿지 않았던 공간에서 지구 생명의 기원을 되짚는 발견이 이뤄졌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미국 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서남극에 위치한 메르세르 빙저호(Subglacial Lake Mercer)에서 수천 년간 외부와 단절된 채 진화해온 새로운 미생물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빙저호는 해수면 아래 1,087미터 깊이의 빙하 밑에 위치한 극한 환경으로, 빛과 산소가 거의 없고 영양분도 부족한 상태다. 이곳에서 확보된 시료는 청정 열수시추(hot-water drilling) 기술을 활용해 외부 오염 없이 채취됐으며, 2013년 윌란스 빙저호 탐사 이후 인류가 두 번째로 오염 없는 빙저호 시료 확보에 성공한 사례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무려 1,374개의 단일세포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존 해양 및 지표 미생물과 유전적으로 고립된 종들이며,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고유의 생존 전략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요인은 바로 ‘대사적 유연성’이었다.

018년 12월 빙저호 메르세르 현장탐사 캠프 전경 (Billy Collins, 존 프리스쿠 교수 제공)

극지연구소 황규인 박사는 “이들 미생물은 산소의 농도, 유기물의 접근성에 따라 다양한 대사 경로를 택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며 “그 유연성이 바로 수천 년을 버틴 생존 메커니즘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층에서는 산소를 활용한 대사가 우세했으며, 산소가 부족한 퇴적층에서는 화학독립영양이나 혼합 영양전략을 택하는 등 생태적 차이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특히 세계 최초로 빙저호에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극소량의 생물량에서도 유전체 수준의 고해상도 분석을 가능케 해, 미지의 생명체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2014년 윌란스 빙저호에서 미생물 다양성이 예기치 않게 발견된 이후, 이번 분석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추공에 열수시추기 투입된 모습과 외부에서의 오염원 유입을 막기 위하여 설치된 UV 차단막(Billy Collins 사진, 존 프리스쿠 교수 제공)

빙하 밑 생명, 외계 생명 탐사의 열쇠로… “유로파·엔셀라두스 연구에 활용 가능”

이번 성과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서 더 나아가, 태양계 바깥의 생명 존재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유로파(Europa)와 엔셀라두스(Enceladus)와 같은 얼음으로 뒤덮인 위성들 역시 빙하 아래 액체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남극 빙저호의 생명체 발견은 이러한 외계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생물학적 근거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산소 가용성과 영양 접근성이 미생물 군집의 대사 경로와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확인했다.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에서도 생명체는 에너지 획득 전략을 다변화하며 집단의 생존력을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극한의 조건에서도 생명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기능적으로 조직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수석 과학자 존 프리스쿠, 화학 실험실에서 10L 채수기 운반 (Kathy Kasic 사진, 존 프리스쿠 교수)

이 프로젝트는 미국 과학재단의 지원 아래 추진된 SALSA(Subglacial Antarctic Lake Scientific Acces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극지연구소가 분석을 주도했다. 신형철 소장은 “우리 연구팀의 제안과 미국의 탐사 기술이 만나 세계 최초의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며 “남극에는 아직 인류가 접근하지 못한 600개 이상의 빙저호가 남아 있다. 이 미지의 생태계를 밝혀가는 데 극지연이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학계에서도 높은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 과학 저널 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게재됐다. 생명체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이 연구는 앞으로 빙저호 탐사 기술, 우주생물학, 기후 변화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활용될 전망이다. 남극의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생명이 이제 지구 생물학의 틀을 넘어, 우주 속 생명의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탐사의 문을 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법적 패배 후 전기차 충전소 예산 50억불 프로그램 재가동

전기차 인프라 확대의 필요성과 정치적 역풍

트럼프 행정부는 오랜 시간 동안 전기차(EV) 관련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했던 청정 에너지 및 친환경 교통 수단 확산 정책은 그들의 눈에 비효율적 보조금 정책이자, 불필요한 정부 개입으로 비춰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21년 초당적 인프라 법안으로 신설된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에 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EV 운전자들의 주행 불안, 이른바 ‘충전 불안’을 해소하고자 만들어졌으며, 총 50억 달러(한화 약 6조 7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2025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이후 해당 프로그램은 갑작스럽게 정지되었다. 교통부는 NEVI와 관련한 기존의 지침을 전면 철회하고, 각 주정부가 계획 중이던 충전소 설치 사업들을 중단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전국 50개 주 중 절반 가까운 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수천 개의 고용 기회를 없애고 민간 기업의 투자 유치 계획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교통부 장관 션 더피는 당시 “우리는 세금 낭비를 방지해야 하며, 과도한 친환경 예산 집행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는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결국 수많은 주정부와 민간 기업,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 그리고 연방과 주정부 사이의 권한 다툼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문제의 성격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 차원을 넘어섰다. 더불어, 전기차 산업이 단순한 교통 수단의 전환이 아닌, 기후 변화 대응, 산업 구조 전환, 기술 자립의 핵심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NEVI 프로그램의 정지는 미국의 미래 경쟁력 자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법정에서 뒤집힌 정책…주정부와 시민단체의 연합

NEVI 프로그램 중단 이후, 워싱턴 D.C.와 함께 20개 주정부가 연방 교통부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에는 캘리포니아, 뉴욕, 오리건, 메릴랜드, 뉴저지 등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주들이 포함되었으며, 시애라 클럽(Sierra Club), NRDC(자연자원보호위원회), Earthjustice 등 주요 환경 시민단체들도 공동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의회에서 정당하게 승인된 예산을 불법적으로 집행 중단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Justice40’이라 불리는 조항의 삭제였다. 이 조항은 전체 연방 자금 중 최소 40%를 소외되고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도록 명시한 것으로, 단순한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환경 정의와 사회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원칙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항을 “비효율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족쇄”로 간주하며 프로그램의 목적을 ‘빠르고 저렴한 설치’로 재정의했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부의 이 같은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2025년 6월, 연방 법원은 NEVI 프로그램의 자금 중 8.75억 달러를 해당 주들에게 즉시 배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의회의 예산 배정 권한은 행정부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고유 권한이며, 교통부의 지침 철회는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결 이후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욕, 워싱턴, 콜로라도 등 여러 주는 즉각 충전소 프로젝트를 재개했고, 일부는 이미 장비 설치를 위한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하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주들 또는 여전히 지침 재적용을 기다리고 있는 주들은 여전히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환경 단체들은 여전히 행정부의 새로운 지침에 대해 “형식적인 굴복일 뿐,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강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애라 클럽의 청정교통 캠페인 책임자인 캐서린 가르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새로운 지침은 언뜻 온건해 보이지만, 실상은 여전히 billions 단위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유보하고 있으며, Justice40의 완전한 복구 없이는 진정한 회복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미래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NEVI 프로그램 재개 조치는 명백히 법적 판결에 의한 ‘후퇴’로 볼 수 있다. 이는 동시에 향후 청정 에너지와 기후 정책에 있어 정책 연속성과 법적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정책이 정권에 따라 극단적으로 흔들릴 경우, 민간 투자자는 물론 주정부와 시민사회까지 혼란에 빠지며,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기후 대응 역량이 약화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의 갈등이 아니라 향후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정상화하고, 전기차 인프라를 미국 전역으로 확산시킬 것인가다.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충전기 개수’가 아니라 접근성, 형평성, 신뢰성, 유지보수 가능성,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로 확장되어야 한다. 농촌 지역이나 흑인·히스패닉 커뮤니티, 저소득층 거주 지역 등은 상업성이 낮아 민간 기업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약 206,000개의 충전 포트가 설치되어 있으나, 대부분은 특정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500,000기 설치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NEVI 프로그램의 좌초와 지연으로 인해 이 계획은 현실성과 시급성 모두에서 위협받고 있다.

산업계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 충전기 공급업체, 광물 채굴 기업, 배터리 기술 기업 등이 소속된 무배출교통협회(ZETA)는 “이번 정책 혼선은 기술의 발전과 인프라 구축의 속도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전기차 전환을 국가적 혁신이 아닌 정쟁 도구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공화당 주도 주들조차도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고 충전소를 설치 중이라는 점은 전기차 인프라가 이념을 넘어서는 국민적 과제임을 방증한다. 텍사스는 전체 NEVI 예산 중 $4.08억 달러를 배정받아 전국 최대 수혜 주가 될 전망이며, 오하이오는 미국 최초의 NEVI 자금 기반 충전소를 가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향후 NEVI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자금 재개방에 그치지 않고, 정책 일관성, 지방정부와의 협업, 지속가능한 민관 파트너십,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와 수요를 반영하는 시스템 설계에 달려 있다.

결국, 전기차 충전소는 단지 기술적 기반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 생태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더십, 법적 정당성,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필요로 한다.

세금으로 오염을 키우고, 또 해결한다

최근 발표된 국제 보고서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과 인체 건강 피해의 비용을 전 세계 시민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지출은 ‘순수 원료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되는 막대한 보조금이며, 두 번째는 이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과 오염, 그리고 건강 피해를 복구하고 치유하는 데 쓰이는 공공 재정이다.

이번 연구는 Eunomia Research & Consulting과 Quaker United Nations Office(QUNO)가 공동으로 수행했고, Minderoo 재단이 후원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플라스틱 위기를 악화시키는 재정적 역설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그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2024년 단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총 8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버진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했다. 버진 플라스틱(Virgin Plastic)이란 재활용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화학 공정으로 전환해 만든 ‘신규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이는 플라스틱 제조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환경 부담이 큰 형태로, 석유 정제와 가스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크고, 원료 생산부터 제품 완성까지 전체 수명주기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진 플라스틱은 기계적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보다 약 2.2배, 식물성 바이오 플라스틱보다 약 2.7배나 더 탄소집약적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재활용 원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폐기물 감축을 위한 정책 효과를 무디게 한다. 동시에 환경 지속 가능성은 뒷걸음치고, 인류의 건강 피해는 가속화된다. 더 심각한 점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2050년에는 이 보조금 규모가 매년 1,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 납세자에게 전가되는 이중 부담 구조를 보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플라스틱과 인체 건강 부문 책임자인 사라 던롭 교수는 “공적 자금이 버진 플라스틱 생산을 떠받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환경·건강 피해 복구 비용까지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보조금이 플라스틱을 더 싸게 만들고 생산량을 늘리지만, 그 뒤처리는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보고서는 전 세계 70개 이상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의 보조금 체계를 분석했으며, 특히 HDPE, LDPE, LLDPE, PP, PET, PVC, PS라는 7가지 주요 폴리머에 주목했다. 이들은 식품 포장, 음료병, 배관, 비닐봉지 등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에 쓰인다. 하지만 환경과 인체 건강 측면에서는 가장 오래 남고 가장 해로운 오염원이다.

보조금은 세금 감면, 저리 대출, 에너지 요금 인하, 공장 확장 지원금 등 여러 형태로 제공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보조금 규모는 재생에너지나 지속 가능한 농업 지원금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결국, 국가 재정이 환경 문제 해결이 아닌 오염 확대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철회하면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 자주 나오지만, 보고서는 이 주장에 반박한다. Eunomi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탄지르 초드허리는 “버진 플라스틱 원료 보조금을 폐지하면 생산 유인이 줄고, 보건 시스템 부담이 완화되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원료 가격이 최종 제품 가격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기 때문에 보조금 철회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건강 피해는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물은 음식, 식수, 대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교란, 불임, 발달장애, 암 등과의 연관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가 폭증하고 공공의료 재정은 더 큰 압박을 받는다.

플라스틱의 환경 피해는 해양 쓰레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토양 오염을 유발해 농작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하천과 배수로를 막아 홍수 위험을 높이며, 야생동물을 질식시키고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생산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역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이 모든 피해는 결국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역시 문제다. 버진 플라스틱이 값싸게 공급되는 한, 재활용 원료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시장 왜곡은 재활용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보조금을 전환해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재활용 인프라 강화로 투자 방향을 바꾼다면 순환경제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번 보고서 발표 시점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최종 주간 협상과 맞물린다. 이 협약은 파리기후협약처럼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오염 저감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보조금 개혁은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보고서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 보조금 폐지, 지속가능한 소재 연구개발 재정 투입, 재활용 인프라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 감소를 위한 대중 인식 개선 등 네 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 보조금 폐지, 지속가능한 소재 연구개발 재정 투입, 재활용 인프라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 감소를 위한 대중 인식 개선 등 네 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 전 지구적 위기로 부상… 연간 2080조 원 건강 피해

지구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바다, 대기, 심지어 인간의 혈액과 태반에서도 발견되는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와 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앙으로 떠올랐다. 영국 의학 저널 랜싯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전 세계 건강 피해 비용은 연간 1조5000억 달러(약 2080조 원)에 달하며, 이는 38개국 인구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일 뿐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폭증하는 플라스틱 생산, 재활용률은 10% 미만

1950년 2메가톤(Mt)에 불과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2년 475Mt으로 200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60년이면 12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 등 단기 소비 제품이 쓰레기의 주범으로, 지금까지 생산된 80억 톤의 플라스틱 중 10% 미만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매립, 소각, 또는 자연으로 유출되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퓨란, 벤젠 등 발암성 물질은 대기 오염을 넘어 호흡기 질환, 암,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랜싯은 “야외 소각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공중보건 위협을 경고했다.

인체 침투한 미세플라스틱, 태아·유아에 치명적

충격적인 사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혈액, 폐, 태반, 정자 세포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유해 화학물질(PBDE, BPA, DEHP 등)은 염증, 조직 손상, 세포 독성을 일으키며, 특히 태아와 유아에게 치명적이다. 보고서는 유산, 조산, 선천적 결함, 소아암, 생식기능 이상 등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저소득 국가와 여성·아동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플라스틱 위기 대응 시급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협약 채택이 결정되었으나, 산유국의 반발로 진전이 더디다. 2024년 12월 부산 협상에서 94개국이 플라스틱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지만, 전면적 생산 제한은 무산됐다. 오는 스위스 제네바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2)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랜싯은 플라스틱 오염의 건강 영향을 추적하는 ‘건강 및 플라스틱 카운트다운’ 감시체계를 출범, 지역별 오염 지표와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정책에 반영한다. 보고서 주저자 필립 랜드리건 박사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의 시간

전문가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제한, 친환경 대체재 개발, 소비자 행동 변화, 국제적 법적 규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생산자 책임 강화(EPR)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개발도 필요하다. 랜싯은 “플라스틱 오염은 기후 위기와 동등한 수준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건강, 환경, 경제,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하는 복합적 위기다. 정부, 기업, 시민,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협력이 없다면, 미래 세대는 더 큰 재앙을 마주할 것이다. 랜싯은 “우리가 플라스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지구와 인류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왜 셰프들이 채소를 선택하는가?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 그는 브르타뉴 출신의 프랑스 셰프로, 음악가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 왔다. 그는 생선과 고기 요리에 탁월한 기술을 가진 로티셰르(rôtisseur)로서 직화요리에 장점이 많았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조리 철학을 대폭 전환했다.

1986년, 그는 멘토인 알랭 센더렌(Alain Senderens)으로부터 레스토랑 L’Archestrate를 인수하여 아르페주(Arpège)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켰다. 음악과 요리에 대한 열정을 담은 명명이었다.

첫 해부터 미슐랭 1스타를 받았고, 1996년에는 3스타를 획득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0년 Gault & Millau의 5토크 상, 2018년 세계 50대 레스토랑 중 8위 선정 등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2001년. 그는 자신의 미식 철학을 완전히 재정의하며 고급 요리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리의 전설적인 레스토랑은 지난 40여 년간 프랑스 요리의 정수를 보여줬지만 이제 이곳은 고기, 유제품, 생선, 계란을 전면 배제하고, 유일한 동물성 식재료로는 자가 양봉장에서 얻은 꿀만을 남긴 채 식물성 메뉴로 완전히 전환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레시피의 수정이 아니다. 그것은 프랑스 요리 전통의 본질에 도전하는 문화적 전환이며, 아르페주는 이제 단순한 식당이 아닌 혁신의 상징이자 철학적 선언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채소 중심 요리로 혁신

파사르는 2001년 붉은 고기를 완전히 제외한 메뉴를 발표하며,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 중 처음으로 채소 중심 요리를 도입했다. 이후 일부 동물성 재료를 다시 사용하긴 했으나, 그의 요리 철학은 이미 식물 위주로 전환되었다.

이후 그는 2002년, 2005년, 2008년에 걸쳐 서로 다른 토질을 가진 프랑스 서부 지역에 세 개의 자가 재배 채소 밭(사르트, 외르, 망슈)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해마다 약 40~50톤의 유기농 채소와 허브, 레드·블랙 베리 등을 재배하며, 이를 당일 배송해 냉장 없이 바로 사용한다.

파사르는 이렇게 말한다. “채소 요리는 파괴적이며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토마토나 당근, 가지에는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사르는 채소를 요리의 캔버스로 보고, 색채 조화와 질감의 조율을 중요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요리가 공존하던 가정 환경에서 자란 그의 감수성은 현재의 요리 철학에 투영된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비유한다. “채소는 옷감이다. 나는 요리사의 재단사 같다. 계절은 나의 컬렉션이다.”

아르페주는 자급자족하는 자가 농장 시스템을 갖춘 유일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으로, 매일 수확된 채소를 냉장 없이 바로 주방으로 이동시킨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12명의 정원사와 6헥타르 규모의 농장, 자연농업 방식 및 견인 가축(당나귀, 말, 염소 등) 사용이다.

드디어 비건

아르페주는 최근 발표된 모든 메뉴를 비건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요리 철학에 따라 결정된 부분이다. 파사르는 이렇게 말했다. “동물 중심 요리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지만, 이제 나는 예술적인 감정의 요리를 추구합니다.”

미슐랭 가이드도 이러한 방향을 존중하며, 아르페주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통 요리의 중심에 있던 아르페주가 식물 중심 미식을 대표하게 된 것은 프랑스 미식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프랑스 요리의 갈림길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육류 중심 요리의 본산이다. 코크 오 뱅, 카술레, 블랙 푸딩(부댕 누아르) 등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국민 정체성 그 자체다. 그런 전통을 거스른다는 것은 사회적 도전이자 철학적 선언이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고 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프랑스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식물성 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 2024년에는 5억 3,700만 유로 규모에 도달하며 유럽 내 3위의 비건 식품 시장으로 부상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전체 식사의 60%를 고기 없는 메뉴로 구성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었지만, 단백질 부족 등의 문제로 일부는 철회되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비동물성 식단이 제도적 수준에서도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였다.

왜 셰프들이 채소를 선택하는가

고기와 달리, 채소는 가공 방식에 따라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다. 비트는 구우면 달콤해지고, 절이면 산뜻해진다. 당근은 카라멜화, 퓌레, 칩, 쥬스 등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전혀 다른 요리로 변신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셰프에게 무한한 실험의 무대를 제공하며, 계절과 순간에 따라 영감이 변주되는 즉흥적 예술로 이어진다.

전통적으로, 미슐랭 가이드는 고전 요리 중심의 평가 기준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 창의성, 윤리성에 기반한 평가로 확장되고 있다.

이 말은 조용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훌륭한 요리는 더 이상 푸아그라나 송아지 고기와 동의어가 아니며, 창의성과 균형이 핵심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아르페주의 식물 기반 전환은 단순한 메뉴 변경이 아닌, 21세기 미식의 미래를 예고하는 선언이다.

파사르 셰프는 계절을 따르고, 대지를 믿으며, 칼을 예술가의 붓처럼 사용하는 셰프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결정은 한 레스토랑을 넘어, 프랑스 미식 전통 전체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극한의 폭우 시대, 경보는 왜 늦었나

0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120시간 동안 이어진 호우로 전국에서 18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가장 큰 피해가 난 곳은 경남 산청군이다.

지역별 사망자는 산청이 10명, 경기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경기 오산·포천, 충남 당진, 광주 북구 각각 1명이다. 실종자는 가평과 산청 각각 4명, 광주 북구 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17일 새벽 시천면에 시간당 101㎜가 퍼부으면서 산사태가 발생, 10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행방불명됐다. 하지만 산림청이 18일부터 “경보 격상”을 권고했음에도 산청군이 ‘주의보→경보’로 단계를 올린 시각은 사고 직후인 19일 12시 37분이었다.

재난 문자는 13분이 더 지난 12시 50분 04초에야 발송됐다. 중앙(산림청)과 지자체로 갈라진 이원화 체계가 73분의 골든타임을 삼켜 버린 셈이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 역시 대피령이 산사태 21분 전에야 휴대전화로 전파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무선 확성기는 빗물 소리에 묻혔고, 현장 공무원도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이 문제의 원인은 이원화된 책임 구조에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산림청이 전국 산사태 위험도를 산출·통보하지만, 실제 경보 격상과 문자 발송 권한은 기초‧광역단체에 있다. 중앙이 1단계(예비경보)를 올려도 현장에서 “아직 괜찮다” 판단하면 체계가 멈춘다. 그래서 산림청과 지자체의 온도차가 있으며 밤샘 호우처럼 짧은 시간에 상황이 뒤집히는 조건에서는 결제라인을 거치는 순간 경보는 한 박자 늦게 된다.

‘면’에서 ‘점’으로…

올해 장마는 과거처럼 전선이 남북으로 이동하며 넓게 비를 뿌리는 대신, 좁은 지역에 폭우 셀(cell)을 집중시켰다.

충남 서산시청엔 이틀 새 519.3㎜가 쏟아졌지만 20㎞ 떨어진 대산읍은 140.5㎜였고, 전남 담양 봉산면 379.5㎜·담양군청 82.5㎜처럼 40㎞ 내에서도 강수량이 최대 10배 차이를 보였다.

배경에는 평년보다 1℃ 이상 높은 해수면이 북태평양고기압을 북상시켜 수증기를 몰아넣고, 차고 건조한 절리저기압이 상층에 정체하며 뜨거운 공기와 충돌하고, S자형 산맥과 복잡한 해안선이 비 구름을 특정 골짜기에 가둬 증폭시키는 복합 작용이 자리 잡았다.

기상청은 “읍·면 단위 강수 집중 구역을 시간 단위로 특정하기엔 현재 기술로 한계가 분명하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현대 과학의 한계로 레이더 자료와 위성 자료를 합쳐도 뇌격형 비구름(세로 두께 12~15km)는 30분만에 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상청의 관측 정보를 모아 모델에 넣고 결과를 품질 검사 후 시각화 한 뒤, 재난 기관에 넘기는 동안은 15~25분이 소요된다. 그 사이 구름은 이미 다른 읍과 면으로 이동해버리는 동기화의 문제도 존재한다.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지난달 30일 ‘제2차 수문조사기본계획(2020~2029) 변경안’을 고시했다. 홍수특보지점 전체에 자동유량계를 설치하고 수위계 459곳, 도로 침수계 409곳을 추가 배치해 관측망 공백을 메워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경보 주체 단일화 △AI 기반 초단기 예보 확대 △휴대전화·드론·차량 스피커 등 다중 채널 동시 경보 △일본식 레드존(위험)·블루존(대피) 모델 도입을 통해 ‘강제 대피령’까지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제로 2025년 6월 북이탈리아 롬바르디아(사망 26명)와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사망 120명), 5월 태국 치앙마이(도심 수위 3m) 등 전 세계가 ‘열대 해수 온난화+대기 정체’라는 같은 퍼즐 조각을 마주하고 있다.

“홍수는 예측이 아니라 사회계약”이라는 결론은 분명하다. 수문 데이터와 경보 체계가 한눈에 보이는 ‘라이브 재난 계기판’을 마련하고, 경보가 울리면 이동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인식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산청·가평은 내일 또 다른 도시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 한국 재난 거버넌스의 성적표는, 다음 물폭탄이 떨어질 때 ‘우리는 몇 시에 알림을 받고 어디로 대피했는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소비자 75%, “식물성 고기·유제품에 여전히 관심”

전 세계 소비자 4명 중 3명은 식물성 고기와 유제품 대체품에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식품기업 ADM이 최근 발표한 ‘2025 대체 단백질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지속 가능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식품 소비가 확산되면서 식물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46%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을 따르고 있다고 응답해, 식물성과 동물성 단백질을 혼합해 섭취하는 방식이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의 약 70%는 단백질 섭취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이들은 전통적인 육류뿐 아니라 식물성·발효 기반 단백질, 균사체, 조류 등 다양한 대체 단백질을 적극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ADM 측은 “Z세대의 소비력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단백질 제품에 대한 수용성과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효 단백질, 새로운 대체식품 기술로 급부상

보고서는 발효 기반 단백질이 식품 산업의 ‘차세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소비자의 64%가 발효 기술을 활용한 식물성 고기·유제품 제품에 관심을 보였으며, 밀레니얼의 72%, Z세대의 68%가 특히 높은 수용도를 나타냈다.

ADM은 “발효 단백질은 투자 시장에서도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향후 대체 단백질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 식물성 단백질로는 대두와 병아리콩, 렌틸콩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83%는 대두 단백질이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81%는 지방 섭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렌틸콩은 인지도에 비해 소비율이 낮아(20% 격차), 향후 확대 가능성이 큰 식품으로 평가받았다. 렌틸콩은 맛과 영양, 청정 이미지 측면에서 플렉시테리언의 식품 선택 기준과 잘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식품 선택 시 가장 큰 동기는 건강과 맛이었다. 플렉시테리언의 63%는 ‘맛’과 ‘영양’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밝혔으며, 86%는 다양한 식품군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플렉시테리언의 78%는 대형 유통사의 자체 브랜드 제품이 유명 브랜드 못지않다고 평가했으며, 이는 특히 브라질과 호주에서 두드러졌다.

체중감량 약물 열풍, 식물성 식품 시장 자극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 체중감량 약물의 확산이 식물성 단백질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렉시테리언의 77%는 식물성 단백질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응답했으며, 미국 내 GLP-1 사용자 중 64%는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더 주의 깊게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이섬유 섭취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소비자의 49%가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에는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혼합한 ‘블렌디드 단백질’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밀레니얼의 75%, Z세대의 72%가 이러한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X세대(66%), 베이비붐 세대(53%)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제품은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혀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식단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환경과 건강을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기업은 ‘고기 확장재(meat extenders)’를 활용해 동물성 고기의 양을 줄이면서도 단백질은 유지하고, 가격은 낮추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ADM은 “소비자 4명 중 1명은 meat extender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인식은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향후 식물성 식품 시장의 성장을 위해 다음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능성 강화를 통해 면역력, 근육 유지, 장 건강 등 건강 효과를 노리는 것, 투명한 원산지와 제조 과정 공개를 통한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과 자사 브랜드를 확대해 접근성을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소비자들은 ‘클린 라벨’ 제품, 즉 합성 첨가물이 적고 성분이 간단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이는 추세다.

“식물성 식품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ADM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식물성 식품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식문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소비자의 75%가 여전히 식물성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특히 미래 소비 주체인 젊은 세대의 소비력이 본격화되면서 그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식물성 식품이 전통적인 육류나 유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필요는 없다. ADM은 “앞으로의 식문화는 육류, 식물성, 발효 단백질이 공존하며 건강과 지속 가능성, 맛을 모두 고려한 ‘하이브리드 단백질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