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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기지 세종과학기지 50년의 역사와 미래

극한 환경 속에서 과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대한민국의 남극 과학기지가 운영 50주년을 맞이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10월 16일, 인천 연수구 본사에서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의 월동연구대 발대식을 개최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발대식에서는 세종과학기지에 파견될 제39차 월동연구대(대장 양정현), 장보고과학기지에 파견될 제13차 월동연구대(대장 최태진)가 공식적으로 소개됐다. 이들은 앞으로 약 1년간 남극에 상주하며 과학 연구와 기지 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특히 내년 2월을 기준으로 세종기지(1988년 개소)와 장보고기지(2014년 개소)의 누적 운영 기간이 50년에 도달함에 따라, 이는 대한민국이 남극 과학 연구에 헌신해온 반세기의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는 신형철 소장을 비롯한 연구소 임직원이 참석해 대원들의 출정을 축하했으며,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연구대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종기지·장보고기지, 극지연구의 양대 축

세종과학기지는 대한민국이 남극에 구축한 첫 과학기지로 서남극 킹조지섬에 위치해 있다. 1988년 개소 이후, 해양과 대기, 생물자원, 기후변화 관련 장기 관측을 지속하며 극지 연구의 출발점이자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장보고과학기지는 2014년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두 번째 남극기지로, 극지연구의 지리적·학문적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다. 이곳에서는 빙하 움직임 분석, 지질 구조 탐사, 우주 기원 물질 관측 등 고난이도의 과학 실험이 진행되며, 첨단 장비와 자동화 관측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양 기지는 각각의 특성을 바탕으로 국제 공동 연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종기지는 인접한 다른 국가들의 기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기와 해양 변화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며, 장보고기지는 유럽 및 아시아 연구팀과의 연계로 고위도 탐사 및 지구 시스템 과학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남극은 지구의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지역으로, 기지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전 세계 기후변화 분석과 대응 정책 수립에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과거 50년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 과학외교의 전략적 거점으로 남극기지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월동연구대, 체계적 훈련 거쳐 단계적 출국 예정

기지 운영의 중심에는 사람, 즉 월동연구대가 있다. 이들은 혹한의 환경 속에서도 연구와 시설 운영을 책임지는 과학자이자 기술자이며 때로는 응급 상황에 직접 대응하는 구조대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번에 파견되는 두 팀은 출국 전 수개월에 걸쳐 전문 교육을 이수했다. 훈련은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극지 환경 적응훈련, 장비 운용 실습, 비상 대응 시나리오 교육, 대인관계 소양 훈련 등 입체적 과정으로 진행됐다.

장보고기지 월동대는 오는 11월 2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출국하며, 세종기지 월동대는 11월 26일 남극으로 향할 예정이다. 각 기지는 출국 직후 약 1개월 간의 인수인계 및 현지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인 관측 및 운영에 돌입하게 된다.

신형철 소장은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의 누적 운영이 50년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그간 얼마나 꾸준하게 극지 연구에 투자하고 기여해왔는지를 보여준다”며 “앞으로의 50년도 안전과 연구 성과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극 크릴, 생태계의 기반종

남극 해양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생물, 남극 크릴(Euphausia superba)은 그 수많은 포식자들의 먹이망 정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서남극 반도 일대의 고래, 펭귄, 바다표범들은 이 미세한 갑각류를 연중 의존하며 생존의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제, 이 균형이 무너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15년간 유지되어온 공간 분산 어획 조치, 즉 CM 51‑07의 종료는 단순한 규정 만료가 아닌, 남극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신호탄이다.

이 조치는 해역을 네 개 구역으로 나눠 크릴 어획이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정된 안전장치였다. 포식자들은 특정 해역에서 번식과 수유, 사냥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데, 크릴 어획이 이들과 겹치면 먹이 경쟁이 심화된다. 기존에는 이런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획량을 지역별로 분산시키는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해당 조치가 공식적으로 만료되면서, 어업 선박들은 더 이상 공간적 제약 없이 크릴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2025년 8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크릴 어획량이 기록되며 어업이 조기에 종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규제는 지켜졌으나, 정작 그 규제가 사라진 탓에 어획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포식자들의 주된 먹이터가 빠르게 고갈된 것이다. 이는 ‘법적 문제 없음’이라는 껍데기 속에 감춰진 구조적 붕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크릴 어획이 초래한 생태계 교란

생물학자들은 크릴의 생물량 감소뿐 아니라 그 분포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극 해역의 해빙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크릴은 이 해빙 가장자리에 서식하며 먹이활동을 한다. 즉, 해빙이 줄면 크릴의 번식률과 생존률도 급격히 하락한다. 여기에 어업이 겹쳐지면 남극 생태계의 주춧돌이 되는 종의 생물량이 복합적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턱끈펭귄은 최근 수십 년간 30% 가까이 개체 수가 줄었고, 혹등고래는 크릴이 부족한 해에 번식률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개류 또한 번식 성공률과 새끼 생존률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먹이 부족’이라는 공통된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영향이 점진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 분산 조치가 폐기된 지금, 어업 선박은 고밀도 크릴 군집이 모이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조업을 펼치게 된다. 문제는 그 지역이 바로 포식자들의 핵심 서식지라는 데 있다. 선박과 고래가 같은 해역에서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풍경은 이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일부 고래는 어업망에 얽혀 부상을 입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어획을 넘어 생물다양성 위협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학계는 ‘한도 내 어획’이라는 제도적 안도감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분포가 일정하지 않고, 군집성이 강한 크릴 특성상 한 지역의 고갈은 해당 지역 포식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생물의 평균 밀도가 유지되더라도, 실제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서의 가용성이 떨어지면 번식 실패, 개체군 감소, 그리고 먹이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생태계 중심 관리로의 복귀

지금이야말로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가 창립 이념으로 회귀해야 할 때다. 어업을 통한 수익 증대와 생태계 보전은 대립적인 목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장기적으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지속 가능한 어획이 가능하려면, 그 기반 생물인 크릴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생태계 전반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공간 분산 어획의 복원 또는 새로운 방식의 공간 규제다.

각국은 남극 해역에 대한 접근 권리를 떠나, 생물다양성과 기후 안정성의 공동 책임을 지고 있다. 남극은 더 이상 고립된 대륙이 아니다. 해양 생태계 붕괴는 전지구적 탄소 순환, 대기 조절, 어획 자원에도 파급효과를 미친다. 이를 감안할 때, ‘보전 없는 어업’은 결국 ‘어획 없는 미래’를 자초하는 길이 된다.

다가오는 CCAMLR 총회는 단순한 기술적 규제 협의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생태계 기반 관리에 다시 한번 믿음을 보일 수 있는 시험대다. 더 늦기 전에, 생태계 건강성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크릴의 생존은 고래의 생존이고, 고래의 생존은 결국 인간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톤수가 아닌, 생태계의 목소리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재생 패션의 전환점

2025년 10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UCLA 주관의 프리츠커 환경 천재상(Pritzker Emerging Environmental Genius Award) 시상식에서, 인도네시아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수카치타(SukkhaCitta)의 창립자 데니카 리아디니 플레시(Denica Riadini-Flesch)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그녀는 오랜 시간 인도네시아 농촌 여성과 협력하며 ‘재생적 패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특히 이번 수상은 그녀의 철학과 실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상징한다.

프리츠커 상은 건축분야로 유명하지만, 이 상은 환경과 관련해 40세 미만의 젊은 환경 혁신가를 발견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젊은 리더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40세 미만의 환경 리더를 대상으로 한 주요 상으로, 2017년에 시작되어 올해(2025년)로 9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카치타는 “밭에서 옷장까지(Farm to Closet)”라는 철학 아래,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서 자연을 되살리고 여성과 지역 공동체를 중심에 세우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대형 공장이 아니라 마을 단위로 운영되는 ‘루마 수카치타(Rumah SukkhaCitta)’에서는 여성 장인들이 전통 직조 기술과 생태 교육을 통해 생계를 꾸리며 동시에 문화와 환경을 지켜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도 뒷받침된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수카치타는 인도네시아 내 황폐화된 토지 약 15만평 이상을 복원하고, 500만 리터 이상의 유독 염료 폐수를 차단했으며, 참여 여성의 평균 소득을 60% 이상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전통 직조 방식 15가지 이상을 복원하며 지역 문화 유산까지 보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데니카는 한때 자카르타의 경제학자였다.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연구하던 그녀는, 오히려 그 개발의 결과로 고통받는 농촌 여성들의 현실과 마주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누군가는 이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그녀를 패션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이끌었고, 그렇게 수카치타는 탄생했다. 자연과 여성, 전통과 경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만든 셈이다.

재생 패션의 변화

수카치타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패션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규모 생산, 대량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모델이 아니라, 순환과 복원을 지향하는 구조이다. 인도네시아 전통 농법인 ‘텀팡 사리(tumpang sari)’를 통해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하며 토양의 건강을 회복하고, 인디고나 마호가니 잎과 같은 천연 염료로 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공정을 운영한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환경을 파괴하는 대신 회복과 치유의 방식으로 재설계된 것이다.

2025년 기준으로, 수카치타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500명 이상의 여성에게 생태 교육과 디지털 기술, 기업가 정신 등을 가르쳤으며, 그 중 상당수가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특히 청년층의 도시 이주 현상이 두드러졌던 시골 마을들에서 오히려 40% 이상의 청년이 다시 돌아와 수카치타의 네트워크에 합류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는 수카치타를 두고 “윤리적 선택이면서도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한 사례”라며 높이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패션을 넘어 식품, 화장품, 제약 업계에서도 수카치타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와 닥터 브로너스는 재생 농업 원료 공급 방식에 관심을 표명했고, 러쉬(Lush)나 에이솝(Aesop)과 같은 천연 화장품 브랜드는 수카치타의 천연 염료 공급망을 실험하고 있다.

이렇듯 수카치타는 이제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재생 산업 전환의 중심에 있다. 이들이 제안하는 것은 옷 한 벌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세계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화된 공장 시스템이 아닌, 흙과 공동체, 전통 지식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시스템 위에 세워진다.

새로운 미래를 짓는 패션

데니카는 이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녀는 “2050년까지 3억평의 땅을 복원하고, 1만 명의 여성을 경제적 주체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카치타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카치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재생 산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식 공유 허브를 구축해, 전 세계의 토착 지식과 지속가능 기술을 연결하고자 한다. 또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과 협력하여 ‘재생 패션 인증(RFC)’을 개발하고, 윤리적 브랜드와 소비자 간 신뢰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국제 자금 조달을 위해 세계은행과 GEF(글로벌 환경 기금)등과의 협업으로 더욱 광범위한 토지 복원 프로젝트를 시행하려 한다.

또한 수카치타는 재생 농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염료 공급, 천연 소재 연구, 친환경 제조 공정 등 다양한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단지 옷을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재생 기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그녀는 현재 임신 7개월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곳곳을 다니며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생태 전환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패션이 아니라, 더 느리고 더 신성하며 더 재생적인 창조 방식이다.”

인도, 대대적인 세금 개편 단행

인도 정부가 최근 단행한 세제 개편이 국내외 식품 산업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식물성 식품에 대한 부가가치세(GST)를 대폭 인하하면서 비건 식품 시장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복잡했던 기존의 세율 체계를 정비해 소비를 촉진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이번 세제 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두유, 아몬드우유, 귀리우유 등 다양한 식물성 우유 제품의 세율이 기존 12~18%에서 5%로 크게 낮아졌으며, 콩고기, 견과류, 버섯, 아보카도 등도 같은 세율 혜택을 받게 됐다.

식물성 식품, 세금 인하로 ‘제2의 전성기’

인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세제 개편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비건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전통적인 채식 문화와 더불어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식물성 식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2021년 기준 약 6억 1천만 달러 규모의 비건 시장을 형성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약 1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의 세금 인하 조치는 이러한 성장 흐름에 직접적인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와 식품 브랜드들은 세금 인하에 발맞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거나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특히 인도 내 대표적인 유제품 기업인 모더 데어리는 이번 세제 개편에 앞서 우유,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을 줄줄이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과 비건 브랜드들도 이번 정책을 계기로 제품 개발 및 유통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식물성 식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탈피하게 하며, 더 넓은 계층으로 소비층을 확대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 반응

다만 일부 대기업은 세제 개편에 따른 단기적인 혼란을 경고하고 있다. 힌두스탄 유니레버(HUL)는 유통업체들이 기존 세율로 책정된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은 이번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간주하며 제품 라인업 다각화와 헬스/비건 제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유통 및 가공식품 업계도 새로운 수요층 확보를 위해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대규모 식품 제조업체인 아다니 윌마르는 이번 세제 개편이 농촌 지역의 가공식품 소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잼, 마가린, 콩고기, 젤리 등 일부 비필수 식품군도 세금 인하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구매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세제 개편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미국이 자국산 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대응으로 자국 내 소비 진작을 택했으며, 이는 보복이 아닌 성장 중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환경과 건강, 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이번 정책은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선진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동물성 식품보다 훨씬 적은 탄소 배출과 자원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식물성 식품을 적극 장려하는 이번 정책에 대해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인도의 이번 세금 개편은 단순한 세율 조정을 넘어, 경제 정책과 환경 정책, 국민 건강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전환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한 조치는 국민들의 소비 패턴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의 지속가능성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건 식품이 더 이상 일부 소비자층만의 선택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식사’로 자리잡는 데 있어 이번 정책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친환경 물류의 새로운 해법: 종이 팔레트 포장 기술 도입 가속화

국내외 물류 및 유통 산업 전반에 친환경 전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 스트레치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팔레트 포장’ 기술이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포장기계 전문업체 YPS(Yorkshire Packaging Systems)를 비롯해 글로벌 제지 기업 Mondi, 북미의 Ranpak, 유럽의 Smurfit Westrock 등 다수의 기업들이 고강도 크라프트지를 이용한 포장 솔루션을 상용화하면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기존의 플라스틱 스트레치 필름은 저렴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물류 산업에서 수십 년간 표준 포장재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재활용이 어려운 특성상 폐기 시 환경 부담이 크고 다수 국가에서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대체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포장은 다량의 탄소 배출을 유발할 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문제로까지 이어지며 사회적 책임과 규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YPS는 최근 종이 전용 팔레트 포장 기계를 공개하고 기존 플라스틱 기반 제품과 병행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장비는 반자동 회전식 턴테이블 구조로, 포크리프트로 적재가 가능하며 경사형 종이 캐리어가 위쪽으로만 포장하는 방식을 채택해 종이 사용량과 접힘을 최소화했다. 또한 접착제가 내장된 일체형 장비로 별도의 코너 보호대나 테이프 없이 포장이 가능하며, 폐기 시 분리배출이 간편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의 플라스틱 비닐 포장

종이 포장을 위한 기술적 진보: YPS와 Mondi의 솔루션

YPS는 유럽 안전 규격인 EUMOS 40509 기준 테스트에서 종이 포장 방식이 기존 플라스틱 포장 대비 30% 낮은 변형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운송 중 제품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가능성이 더 낮다는 의미로, 적재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여기에 종이 포장은 자외선 차단 효과도 있어 실외 보관 시 제품 손상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포장재 선두기업 Mondi 또한 자사의 ‘Ad/Vantage StretchWrap’을 통해 종이 팔레트 포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100% 크라프트지로 제작되어 플라스틱이나 코팅층이 전혀 없으며, 표준 종이 재활용 시스템에서 완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 내부 탄소 배출 평가 결과에 따르면, Ad/Vantage StretchWrap은 플라스틱 필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62%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경영에 적극 나서는 유통·물류 기업들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포장 성능 측면에서도 기존 제품을 대체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Mondi 측은 자사의 종이 필름이 최대 11%의 신장률을 갖고 있으며, 높은 인장 강도와 찢김 저항성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품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특히 자동 및 반자동 포장 설비에도 쉽게 통합 가능해 생산라인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이 최소화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북미의 Ranpak은 PaperWrap 솔루션을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Smurfit Westrock은 Nertop® Stretch Kraft Paper를 중심으로 고습도 및 냉동 보관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종이 포장재를 선보였다. 또한 스페인의 Innova Group은 종이와 플라스틱 필름 모두에 호환되는 하이브리드 포장 시스템을 개발해 시장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의 공존

단기적으로 종이 포장은 플라스틱 필름에 비해 약간 높은 단가를 가질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장기적 이점이 기업에게도 좋은 장점이 된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종이 포장 방식이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서, 실제 비용 효율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종이 포장은 회전 수를 줄여도 안정적인 고정이 가능하고, 테이프나 코너 보호대 같은 보조 자재 없이 포장이 가능해 전체 자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세 또는 폐기물 부담금 등의 환경 규제 회피가 가능하며, ESG 이미지 제고 효과도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비용 대비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제품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가구처럼 형태가 불규칙한 제품, 포대에 담긴 곡물이나 사료, 병입 제품, 박스 포장 상품 등도 종이 포장으로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어 다품종 물류 환경에서도 높은 유연성을 제공한다.

YPS의 글린 존슨(Glyn Johnson) 대표는 “기존 플라스틱 포장을 전면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제품군에 따라 종이 포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보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고민하는 고객사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이 팔레트 포장은 산업현장의 물류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며,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 또한 ESG 경영 강화와 친환경 포장 전환을 고려 중이라면, 종이 포장 기술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현대자동차·UNCAGED의 바이오레더

현대자동차 그룹의 혁신 조직인 현대 CRADLE이 미국 바이오소재 스타트업 UNCAGED Innovations와 손잡고, 고성능 식물성 가죽 대체 소재 ‘ELEVATE’를 자동차 인테리어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 소재는 동물성 가죽이 가진 질감과 고급스러움,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LEVATE는 UNCAGED의 독자 기술 플랫폼인 BioFuze를 기반으로 한다. 이 기술은 식물 유래 단백질과 기타 식물성 바이오 요소들을 융합하여, 전통적 동물 가죽에서 콜라겐이 담당하던 구조적 역할을 모사하는 섬유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ELEVATE는 질감, 유연성, 표면 감촉 등에서 동물성 가죽과 비슷한 수준을 구현하면서 동시에 환경적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자동차는 이 대체가죽이 동물성 가죽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약 95%, 물 사용량을 약 89%, 에너지 사용량을 약 71% 덜어주며, 고급 인테리어 품질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또한 염색 과정에서 커피 원두 껍질 등 자연 유래 자원을 활용하여 화학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채택한 점도 특징이다.

이 소재는 단순히 친환경 대체품을 넘어, 플라스틱 없는, 생분해 가능(biodegradable)인 특성도 가진다. 기존 인조가죽(synthetic leather)이 플라스틱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분해 또는 폐기 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남기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제조 방식 측면에서도 “롤‑투‑롤(roll‑to‑roll)” 바이오 매뉴팩처링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 규모를 확장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투자 유치 현황 및 상업화 가능성

UNCAGED는 2020년 설립 이래 기술 개발과 소재 라이브러리의 구축에 힘써왔다. 공동 창업자는 CEO Stephanie Downs와 CTO Dr. Xiaokun Wang이며, 초기 Pre‑seed 단계에서 약 2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후 Seed 투자를 통해 약 560만 달러를 추가 유치한 바 있다.

이 자금은 주로 상업 론칭, 생산 능력 확대, 그리고 기술 최적화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UNCAGED는 이미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자동차 및 가구 산업에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 CRADLE과의 파트너십은 이러한 상업적 확장을 가속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현대는 내부 소재 전략(material strategy)에서부터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과 동물성 원료 배제(animal‑free), 그리고 화학물질 사용 최소화(minimal chemical use)를 중시하고 있으며, ELEVATE는 이 전략과 방향성이 일치한다.

상업 적용(commercial application)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수의 실사용 테스트가 필요하다.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로서의 내열성, 마모, 자외선 노출, 접착제와의 호환성 등 기술적 요건들은 엄격하다. 현대와 UNCAGED 양측은 이러한 기준들을 맞추기 위한 테스트 및 인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의미

자동차 제조 업계는 지금 ‘소재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엔진 기술, 배터리, 전자 장치 등의 혁신과 함께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사용하는 소재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윤리성, 소비자 인식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ELEVATE와 같은 식물성 가죽 대체 소재는 바로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느낌뿐 아니라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생산 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 같은 요구에 응답하여 소재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규제 정책 측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많은 과제도 동반된다. 우선 비용 측면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친환경 대체 소재들은 동물성 가죽 대비 원가가 높을 가능성이 크며, 생산 규모에 따른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 또한 소재의 품질 일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장시간 사용에 따른 노화, 오염, 실내 환경에서의 냄새, 열 변화 등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수집하고 개선해야 한다.

생산자 측면에서는 공급망(supply chain)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곡물 유래 단백질 등의 원료 확보, 자연 유래 염료의 품질과 안정성, 제조 공정에서의 화학물질 입력 최소화 등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폐기시 생분해성이나 재활용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자동차 업계 내에서도 이미 여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인테리어 소재에 투자 중이다. 예컨대 현대는 아이오닉 전기차의 인테리어 일부에서 목질 기반 소재 사용, 식물성 원료 기반 페인트, 에코 디자인 소재를 도입하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들도 비건 가죽, 버섯, 선인장, 바이오 패브릭을 테스트 하고 있다. ELEVATE의 등장은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파리 미관의 상징, 그러나 폭염에는 취약

파리의 아연 지붕은 도시의 미적 상징이자 역사적 자산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19세기 오스만 재개발 시기에 도입된 아연 지붕은 경량성과 가공 용이성, 내구성을 갖춘 소재로서 파리 도심 건물에 널리 채택됐다. 독특한 청회색의 외관은 도시 전역에 일관된 풍경을 제공하며, 많은 예술작품과 영화에서 파리의 정체성인 특유의 ‘스카이라인’을 나타내는 주요 요소로 활용되었다.

폭염 속 문제: 지붕 아래 ‘찜통’이 된 실내

그러나 이처럼 낭만적인 이미지의 아연 지붕이 기후 변화라는 현실 앞에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이 심화되면서 아연 지붕 아래 거주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속 재질 특성상 열을 쉽게 흡수하고 내부로 전달하기 때문에, 지붕 바로 아래 공간은 하루 중 기온이 40도를 넘는 일이 잦다. 특히 환기나 냉방 시설이 부족한 오래된 건물의 다락방이나 상층부는 복사열로 인해 하루 종일 더위가 식지 않아 거주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런 지붕 아래 공간(chambres de bonne)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보통 저소득층, 학생, 이민자, 노년층 등이다. 고층 상층부의 방들은 역사적으로 하녀나 하급 직원이 쓰던 공간으로, 원래부터 냉방이나 단열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실내외 온도 차는 해가 진 후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으며 열사병, 수면 장애, 만성 피로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단열 및 차열 해결책

파리 시는 차열 페인트, 반사성 코팅, 녹색 지붕, 태양광 패널 겸용 지붕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건축 규제와 문화재 보호 정책 때문에 대규모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부 구역은 외관 변경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아연 지붕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고반사 코팅 처리, 복층 구조를 통한 단열, 경량 녹색 지붕 도입 등을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기후 대응의 일환으로 열에 취약한 건축물에 대한 보조금 지원, 리노베이션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정책을 준비 중이다.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아름다운 지붕보다는 실질적인 주거 안전과 쾌적함을 중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으며 미학과 실용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는 사회적 합의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최근 파리의 기후 건축 스타트업 ‘Roofscapes’는 아연 지붕 위에 목재 플랫폼을 설치한 후 그 위에 녹지(흙과 식생)를 덮는 방식의 새로운 구조물을 시범 도입했다. 이는 금속 지붕이 태양광을 직접 흡수하지 않도록 하고, 자연 기반의 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접근은 기존 건축물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부 주거 쾌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역사 보존 지구처럼 외관 변경이 어려운 지역에서 기술적 타협안을 찾는 데 있어 하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에서의 유사 문제 및 배울 점

한국 역시 여름철 강한 일사와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지붕 구조물의 단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슬레이트, 칼라강판 등 금속성 지붕을 가진 건물에서는 유사한 폭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차열 도료, 복층 지붕 구조, 단열 보강재, 녹색 지붕 기술 등을 활용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고온 위험군 주택에 대한 선제적 개보수 지원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더불어, 미관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지붕 솔루션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 파리의 아연 지붕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단지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도시가 마주한 공통 과제라는 점에서, 한국 또한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참치 어획 금지일 단축과 감시의 허점

IATTC(Inter‑American Tropical Tuna Commission,전미열대참치위원회)는 2025년 9월 파나마 회의에서, 대형 purse seiner(대형 순망망 그물 어선)에 대한 연간 어획 금지일을 기존 72일에서 2026년부터 64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U.S. 측의 유지 제안과, 연안 국가들이 주장한 55일까지의 대폭 단축 요청 사이의 절충안이며, 과학위원회의 권고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또한 갈라파고스 서쪽의 ‘corralito’지역 폐쇄 조치는 유지되어, 연간 한 달간 purse seiner 어업이 차단되는 공간적 보호가 지속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변화는 생태계 및 번식 주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어획 금지기간이 줄어들면, 어린 참치나 산란기 참치가 보호받는 기간도 줄어든다. 특히 눈다랑어 등 성숙 속도가 늦고 산란 패턴이 불확실한 종의 경우, 작은 금지일 차이도 개체군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해양 환경 변화(예: 수온 상승, 먹이 사슬 변화 등)가 이미 개체 회복에 부담을 주고 있으므로, 이러한 완화 조치가 누적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장기적 관찰이 필요하다.

감시 체제의 허점과 국제적 논쟁

대표적 허점은 관찰자(observer) 제도다. IATTC는 긴 낚시줄(longline) 어선에 대해 관찰자 배치 의무율을 최소 5%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이 비율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class 1‑5 소형 purse seiner 배들에 대한 관찰자 또는 전자 감시(electronic monitoring, EM)의 적용이 거의 미비하다.

이러한 감시 공백은 어획량 보고, 비목적종(bycatch), 상어(fin) 처리 등 여러 생물 다양성 관련 보존 조치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 예컨대 “fins naturally attached” 규칙 아래에서도 예외 조항들이 존재하며, 이것이 상어 지느러미 자르기(finning) 방지를 위한 규제로서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어업 감시 체제의 투명성과 책임(compliance) 부분에서도 개선 요구가 크다. NGO 및 과학자들은 감시 데이터 수집 → 위반 식별 → 제재 조치까지의 절차가 불명확하거나, 국가별 이행 수준이 매우 차이 난다고 지적한다.

수확 전략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제언

최근 IATTC에서 bigeye tuna에 대한 장기 수확 전략(harvest strategy)이 2026년까지 마련되기로 한 것은 긍정적 진전이다.

이 전략은 과학적 평가 기반(stock assessments), spawning biomass(산란 성체 어류량), 어획 강도(fishing mortality)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어획 허용치를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조정하는 규칙들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참치 자원 외에도 부수 어획(bycatch)종, 상어, 해양생물 다양성, FAD(어군 유인 장치)의 유실 및 쓰레기 문제, 해양 환경 변화 대응 등을 통합하는 생태계 기반 관리(ecosystem‑based management)가 필수적이다. 과학 평가(benchmark assessments) 보고서에서도 bigeye tuna의 최근 recruitment(치어 개체 유입) 변화, 어획량 대비 개체군 크기 및 구조 변화 등이 감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들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빈도가 높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 및 이해관계자(stakeholders)의 참여가 중요하다. 어업국 정부뿐 아니라 어업자 단체, NGO, 과학 커뮤니티, 소비자 시장 등이 감시 강화 및 투명성 확보를 요구함으로써 제도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전자 감시(EM)의 기술표준(interim EM standards) 확립, 관찰자 제도의 확대, 위반 시 제재 절차의 명확화 등이 향후 몇 년간 집중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IATTC의 최근 결정들은 일부 과학적 권고를 반영했지만, 어획 금지일 단축과 감시 체제의 미비함은 자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있어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 된다. 특히 번식주기와 연안 및 원양 어업 간의 실질적 영향 차이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이다.

“동물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박주연 변호사가 말하는 한국 동물권의 현재와 미래

“이제 동물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최근 한국 사회는 개 식용 종식 입법과 함께 동물학대 처벌 강화, 유기동물 문제 해결 등 굵직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의 빈틈은 많고, 법의 언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생명의 고통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또 법정에서 직접 싸우는 인물이 있다.

동물의 법적 지위 인정을 위해 활발히 활동중인 박주연 변호사를 만났다. 그녀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이사로서 동물보호법 및 축산법 개정안 작업을 이끌고 있으며,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건가요?

2012년부터 변호사가 됐는데 그때 거의 같이 관심을 갖게 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작년 2년쯤 전인, 2023년 그때쯤이 한 12년 차 됐을 거예요. 그래서 그냥 뭐 이제 사실 열심히 할 때도 있었고, 좀 더 열심히 할 때도 있고 이렇긴 하긴 했는데 그 사이에 제가 많이 뭔가 사례가 쌓였잖아요. 그리고 뭔가 계속 생각을 하던 것들이 있고 좀 답답한 부분도 있고 해소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이걸 좀 어딘가 쓰고 싶어도 제가 이제 칼럼은 쓰고 있지만 칼럼은 또 지면에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하나.

개인적인 에세이나 이런 걸 좀 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이걸 좀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이게 1~2명의 영웅이나 이런 사람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어요.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해야 변화가 오니까요.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거나 극단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도록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 칼럼을 본 출판사에서 제안이 와서, 법 개정 내용과 여전히 부족한 지점까지 담아 에세이+법 해설 형태로 책을 냈습니다

  • 시간이 지나며 바뀐 생각도 있나요?

큰 변화라면 ‘개 식용 종식’이 실제로 입법적 해결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엔 희망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 나가자”는 톤이었는데, 최근 정부 정책 회의 등에 참여하다 보니 시민이 바라는 청사진과 정부의 청사진이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예컨대 반려동물 대규모 생산•판매 규제 요구가 높지만 산업 규모가 너무 커져 반영이 잘 안 됩니다.

또 추진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산업 규모 탓에 규제가 어려워지는 일도 많습니다. 크게 시작했다가 반쪽으로 끝나는 경우가 잦아요. 일부만 반영되고 시민은 여전히 화가 나 있고,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구조죠. 그래서 요즘은 “이게 정말 바뀔까?”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정부의 경우, 개 식용 문제 해결이 거의 유일한 성과라고 봅니다.

  • “동물권 운동 내에서 온건·급진 간 갈등이나 연대의 어려움은 어떤가요?”

동물권 내부에도 급진•온건 간 갈등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이상을 향하지만, 모두가 채식하는 유토피아는 비현실적이니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온건•전략적 주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마저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그래도 연대는 필요해요. 저희도 환경단체와 함께할 때가 많습니다.

저희 단체(PNR)은 반려동물만 다루지 않고, 모든 동물의 존중을 전제로 산양 관련 소송 등도 합니다. 그래서 환경단체와 연대하는데, 그분들은 동물을 종 단위로 보고, 우리는 개체 단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 다른 점이 있습니다.단체마다 적성이 다르고, 개인의 동기도 다양하니 통제보단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비거니즘•인권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릅니다. 도덕, 지속가능성, 지구 환경 등 목적이 다양하죠. 그래서 통일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면 어느 정도 상식으로 수렴됩니다. 앞서 말한 길고양이 논쟁도 대중의 기본 교육 수준이 중요합니다.

해외 섬 지역 연구중 일부를 근거로 “외국은 길고양이를 살처분 한다, 한국은 길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TNR)하는게 문제”라며 캣맘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물론 캣맘 중에도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있지만, 그래서 최근엔 관리형 급식과 TNR 동시 진행이 표준이 되어가죠. 그런데 일부 커뮤니티의 근거 없는 선동으로 팩트체크 없이 여론이 흔들립니다.

그 결과 잘 운영되던 현장에도 민원 폭탄이 떨어집니다. 제가 진행 중인 사건 중 하나가 부산 을숙도 사례예요. 사람을 통해 길고양이가 섬에 들어왔고, 지자체, 수의사단체와 협력해 관리•TNR을 7년간 해왔습니다. 조류 피해 보고도 없었죠. 그런데 고양이 혐오 정서가 부각되며 사업 취소•급식소 철거 요구가 생겼고, 국가기관이 민원만 보고 연구•조사 없이 철거를 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게 급히 철거하면 고양이도, 새도 모두에게 더 나쁜 결과가 올 수 있어요. 현재 행정소송으로 다투고 있습니다. 민원만으로 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왜 소송이 가능한지 궁금할 수 있죠. 이 건은 행정소송이고, 피고는 국가유산청입니다. 원고는 부산에서 길고양이 관리 사업을 지속해온 단체이고, 저희가 대리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 경험과 동물 이슈 이해가 필요해 의뢰가 온 케이스예요.

말 나온 김에 법인격 얘기를 하면, 원래 인격이 없는 주체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개념입니다. 자연이나 동물에도 직접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신탁•대리형 모델로 보호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돌고래 관련 법인격 부여 논의가 있고, 해외엔 인도의 갠지스강, 뉴질랜드의 왕거누이 강 사례가 있죠.

동물, 자연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보호 규정만 있고 집행이 안 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한국에선 누군가 대신 고발할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권리 주체’ 개념이 나온 겁니다. 제 생각을 말하자면, 국내 현황은 아직 미진합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조례 등)이 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단순보호대상과 권리 주체는 다릅니다. 권리 주체가 되면 자기 명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죠. 방법론으로는 말씀하신 신탁•대리•후견 등이 있습니다. 동물은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수 없으니, 누가 대리할 자격이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독일에선 그 자격 요건(연수, 활동경력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한국에서도 산양 관련 소송을 하며 후견인 제도를 차용하려 했습니다. 없는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제도를 활용하자는 접근이었죠. 그래야 사법부도 움직일 확률이 높구요. 미성년자나 성년후견인처럼 대리 체계를 적용해 보려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민간 자율 기준의 단체가 이런 중대한 문제에서 기준점이 되는 현실도 있습니다. 국가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민간 기준에 의존하는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대변할 ‘신뢰 가능한 단체’가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안락사에 대한 입장도 다릅니다. 저는 수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고통이 입증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보지만, 어떤 단체는 더 쉽게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동물의 의사는 우리가 알 수 없으니, 누가 동물의 이익을 잘 대변하느냐가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해외에 비해 전문성•신뢰성을 오래 축적한 단체가 적은 것도 현실입니다.

  •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있잖아요. 어떤 한계와 문제점이 있나요?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출발이 구색 맞추기였습니다. 1988 서울올림픽 전후 국제시선을 의식해서 만들어졌고, 초기엔 학대에 대해서도 벌금형 수준의 처벌밖에 없었어요. 이후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분 개정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고, 최근 나름 전면 개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지점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대표적으로 개 도살이나 불법 번식 같은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시민단체나 언론이 목소리를 내니까, 정부도 마지못해 조항을 손보는 식이었죠. 한국은 아직 동물의 행복권에 접근하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고통을 주지 않을 정도만 규정하고 있어요. 출발점이 동물을 소유물로 보고, 도의적 보호 대상 정도로만 취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리거나 죽이는 극단적 학대만 아니면 괜찮다는 수준에 머무는 것 같아요. 사실 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야 하고, 심지어 고통받지 않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학대 범위에서 빠진 게 많아요. 잘못된 소유자에게 맡겨져 밥은 먹지만 극도로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학대로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인이 신고해 방문한 집에서 반려견 사체가 있었고 다른 개들도 있었는데, 공무원이 “밥은 주고 있네요”라며 돌아간 사례가 있어요. 이렇게 관점이 좁아 동물의 행복•복지까지는 아직 멉니다.

그래서 한국은 제도를 확대해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동물을 ‘감각과 감정을 가진 생명’으로 존중한다는 출발점이 부실해요. 법적으로 소유물이 아닌 생명체로서의 권리를 명시해야 합니다. 법인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처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혹은 “지각•감정 있는 생명체로 존중된다”는 선언을 헌법•민법•특별법에 박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만 동물보호법 집행이 강합니다. 학대 처벌이 강하고, 학대 시 소유권을 바로 박탈하는 주가 다수예요. 한국은 이런 점이 부족합니다.

  • 그럼 변호사님은 어떤 나라의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상향으로 보는 나라는 스위스입니다. 스위스는 동물별 복지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에요. 예를 들어 개는 산책이 복지 요소고, 고양이는 다른 요소가 있듯 종별로 세세하게 정해놓습니다. 위반 시 피해가 발생해야만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스위스는 기준 자체를 집행합니다. 한국은 목줄 2m 규정이 있어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실제 다치거나 죽어야만 법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한국은 최소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타 국가는 ‘동물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종별로 연구해 디테일하게 규정합니다. 그래서 스위스 모델이 이상적이지만, 한국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일부는 조금씩 도입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진전은 있지만, 동물복지는 아직 멉니다. 복지를 실현할 주체는 소유자•영업자인데, 이들의 의무를 디테일하게 규정해야 해요. 현실에서는 주로 학대 법정형 상향 같은 부분만 받아들여집니다. 재범률이 높아 학대자 사육금지 같은 제도는 도입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정부 공약 및 동물복지종합계획에도 들어가 있어요. 근본적으로는 반려동물 입양•판매 구조 자체를 법제화로 바꾸는 게 빠릅니다. 돈만 있으면 쇼핑하듯 사고 버리는 현실이 가능하니까요. 등록도 의무지만 과태료 수준이라 지방은 등록률이 낮습니다. 법이 너무 물러서 그래요. 법이 먼저냐 인식이 먼저냐 답은 없지만, 결국 법이 인식을 끌고 간다고 생각해요. 개 식용도 입법으로 정리됐듯, 강한 법이 누적되면 인식도 바뀝니다.

  • 한국에서 동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참고 대상에 오르곤 합니다. 결국 동물에 대한 태도는 사회 성숙도의 지표라고 봅니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는 “더 나아진 정책”을 내세우고 싶어 복지법 개편을 이야기하지만, 본질은 내용입니다. 정부는 동물복지기본법 제정도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저는 민법에서 동물의 ‘물건’ 지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원행정처 등에서 체계 붕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난관이 큽니다. 그러나 실제로 체계 붕괴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어요. 독일도 “물건은 아니지만 물건 규정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큰 혼란 없이 운영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징적 성격의 기본법에 치우치려는 경향이 있어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민법부터 손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과 교감이 생기면 동물권 문제에 관심이 생기곤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먼저 “길러보라”고 할 수는 없죠. 많은 사람이 무겁다고 느끼는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처럼 다양한 세대가 섞인 곳에서 젊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동물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해요. 관심 없는 대중을 움직이는 데는 “동물권”보다 건강•기후 같은 내 이익을 전면에 놓는 내러티브가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 학교 급식 채식일처럼 접근하면 저항이 낮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야 대중화 될 것 같아요. 또 실천의 난이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를 시험하고 정죄하는 문화도 문제입니다. 각자의 생활조건이 다르고, 완벽을 강요하면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대중적 노출과 지속적인 존재감이 중요해요. 한국은 채식•사찰음식 등 자원이 많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유기동물 문제를 깊이 보고 있어요. 입양될 수 있었던 개가 기회를 못 얻어 안락사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구조적으로는 공급(생산•판매) 축소, 시설 운영 개선이 정답이지만 단기 해법이 되진 않습니다. 당장의 과밀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안락사에 예산을 쓰기보다 살리는 데 쓰는 방향이 낫습니다. 가정 임시보호를 활성화하면 시설 과밀을 분산하고, 가정에서 치료•사회화를 거쳐 입양률을 높일 수 있어요. 자격 심사와 지원 체계를 갖춘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임보가 입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더 정착•확대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누가 해결해 주길”이 아니라 우리가 연구하고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