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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틀리, 중국 사업 매각 검토… 성장 시장에서 구조조정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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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오트밀크 기업 오틀리(Oatly)가 중국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아시아 성장의 핵심 시장으로 평가받았던 중국에서 수년간 고전이 이어지자, 회사가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중국 법인의 분리 또는 매각 가능성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틀리의 중국 사업을 맡고 있는 일부 경영진은 해당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틀리 본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략적 검토를 진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중국 사업의 분리 매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장-크리스토프 플라탱 오틀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잠재적 분리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오틀리가 중국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틀리는 8년 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중국은 커피 전문점 확대, 젊은 소비층의 건강 지향 소비,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 증가가 맞물리며 오트밀크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오틀리는 중국 내 카페와 식음료 채널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도 거세지면서 기대했던 성장세를 만들지 못했다.

중국은 한때 오틀리 아시아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오틀리 아시아 시장 매출의 약 90%를 담당했지만, 같은 해 아시아 지역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유럽과 북미 등 서구 시장에서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중국 사업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오틀리는 중국 안후이성 마안산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적 압박이 커지면서 중국 내 두 번째 공장 설립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오틀리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다니엘 오르도녜스는 “불확실한 수익을 기대하며 대규모 투자를 계속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군 확장을 늦추고 불필요한 SKU를 줄이며, 보다 단순한 비용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흔들린 중국 전략… 현지 브랜드와 비용 부담이 발목 잡았다

플라탱 CEO는 중국 사업의 방향을 “핵심 사업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여기서 핵심 사업이란 푸드서비스 채널과 주요 도시의 제한된 핵심 리테일 파트너를 중심으로 한 운영을 뜻한다. 다시 말해 오틀리는 중국에서 무리한 전국 확장이나 제품 다변화보다, 수익성이 확인되는 채널과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해 왔다.

오틀리의 어려움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판매 둔화, 제조 비용 상승, 공급망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원가 부담 등 복합적인 압박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오틀리는 ‘자산 경량화’ 전략을 채택했고, 영국과 미국에서 추진하던 신규 공장 계획도 취소했다. 싱가포르 생산시설 역시 폐쇄되면서 현지 직원과 협력사 인력의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시장 자체가 식물성 음료에 닫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물성 우유 소비는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그 성장의 수혜를 오틀리가 충분히 가져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는 가격, 맛, 현지화된 제품 경험에 민감했고, 국내 브랜드들은 빠르게 제품을 개선하며 시장에 대응했다. 해외 브랜드라는 상징성만으로는 장기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오틀리는 2023년 실적 발표 이후 사업 구조를 개편했다. 기존 아시아 사업을 유럽·인터내셔널 부문에 통합하는 동시에,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을 포함한 ‘그레이터 차이나’ 부문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는 중국 시장을 단순한 아시아 지역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장으로 보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개편 이후 실적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2025년 2분기 그레이터 차이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지만, 이후 분기에는 각각 29%, 1%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중국 매출은 13% 늘어나며 오틀리가 글로벌 차원에서 첫 연간 수익성 있는 성장세를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2026년 초 다시 흐름이 둔화됐다. 올해 1분기 중국 지역 매출은 2% 감소했고, 판매량은 8.8%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과 북미에서 나타난 회복 흐름과 대조적이다.

오틀리는 중국 사업 회복을 위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고식이섬유 오트밀크, 강황 라떼, 저혈당지수 오트 크림과 아이스크림, 치자 복숭아 맛 오트밀크, 채소칩 등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반복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건강 트렌드에 맞춘 세분화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 혁신이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오틀리가 중국에서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제품 라인업의 부족이 아니라, 높은 운영비, 제한적인 시장 지배력,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 그리고 글로벌 본사의 재무 압박이 결합된 결과에 가깝다.

대체식품 주식시장도 성장주에서 실적주로 이동

오틀리의 중국 사업 매각 검토는 대체식품 산업 전반의 주식시장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2020~2021년 식물성 우유와 대체육 기업들은 기후위기, 비건 소비, 건강 트렌드를 앞세워 고성장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당시 시장은 대체식품을 전통 식품 산업을 뒤흔들 차세대 카테고리로 평가했고, 오틀리와 비욘드미트 같은 기업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상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 투자자들의 시선은 훨씬 냉정해졌다. 대체식품 시장 자체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지만, 상장사 주가 흐름은 과거의 기대를 상당 부분 되돌린 상태다. 특히 순수 대체식품 기업들은 매출 성장 둔화, 높은 제조 비용, 유통망 확장 부담, 반복 구매율 문제에 직면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재평가를 받았다. 이제 시장은 “식물성 식품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핵심은 수익성이다. 투자자들은 제품이 실제로 반복 구매를 만들고 있는지, 생산비와 물류비를 통제할 수 있는지, 특정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는 오틀리가 중국 사업에서 무리한 확장을 줄이고 핵심 채널과 주요 도시 중심으로 전략을 좁힌 이유와도 연결된다. 성장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보다, 그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비욘드미트와 오틀리의 사례는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회사 모두 대체식품 붐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사업 효율화가 핵심 과제가 됐다. 대체식품 산업은 여전히 식품 소비의 한 축으로 남아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더 이상 미래 성장성만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오틀리의 중국 사업 매각 검토는 단순히 한 지역 사업의 부진이 아니라, 대체식품 산업이 성장주 프리미엄에서 실적 중심 평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앞으로 이 산업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빠르게 확장하는 기업이 아니라, 제품 경쟁력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증명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철수는 가치 회복의 신호일까…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의 현실 드러나

이번 매각 검토는 오틀리 입장에서 방어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오틀리는 2021년 상장 당시 약 13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가치는 약 2억6000만 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중국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지분 구조를 재편할 경우, 오틀리가 수익성 개선과 비용 통제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사업 매각이 곧 오틀리의 중국 시장 포기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영진 인수 방식이나 분리 운영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오틀리는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브랜드와 제품의 시장 존재감은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사업을 잘 아는 내부 경영진이 인수 주체로 나선다면, 현지 시장에 맞는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오틀리의 전략적 검토는 아직 진행 중이며, 최종 결론은 2026년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여전히 중국 사업의 장기적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플라탱 CEO도 앞서 “그레이터 차이나 사업은 지난 몇 년간 개선됐고, 지금은 훨씬 강해졌다”며 “이 사업의 미래 잠재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매각 가능성은 글로벌 식물성 대체식품 산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때 빠른 성장과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받았던 대체식품 기업들은 이제 성장성만이 아니라 수익성, 운영 효율, 시장별 전략의 정교함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오틀리의 중국 사업 향방은 단순한 한 기업의 구조조정 사례를 넘어, 글로벌 식물성 음료 브랜드가 중국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슈퍼 엘니뇨란 무엇인가: 바다의 작은 변화가 식량·물·재난을 뒤흔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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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몇 도 따뜻해진 바다가, 지구 반대편의 홍수와 가뭄을 갈라놓을 수 있다. ‘슈퍼 엘니뇨’라는 말이 검색어로 떠오르는 이유는 단순한 기상 용어가 아니라, 올해 전 세계 재난 위험과 식량 가격, 물 부족, 에너지 수요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콜럼비아 기후학교는 강한 엘니뇨가 어떤 조건에서 ‘슈퍼’로 불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며, 과학자들이 용어를 신중하게 다루는 이유도 함께 짚었다. 핵심은 이름의 과장 여부가 아니라, 열대 태평양의 비정상적 해수면 온도 상승이 대기 흐름을 바꿔 전 지구 강수 패턴과 극한현상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슈퍼 엘니뇨는 농업 생산과 수자원, 산불과 폭염, 해양 생태계에 동시에 압력을 준다. 이는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과 동물복지, 대체 단백질 시장 같은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후와 경제를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 쟁점은 이전 기사 2025년,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사상 최고치 경신 전망사라지는 빙하, 높아지는 긴박감유엔, 첫 ‘세계 빙하의 날’ 개최에서 다룬 흐름과도 연결된다.

슈퍼 엘니뇨는 ‘공식 등급’이 아니라, 매우 강한 엘니뇨를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

슈퍼 엘니뇨는 기상 기관이 전 세계 공통으로 쓰는 단일한 공식 등급명이라기보다, 매우 강한 엘니뇨를 지칭할 때 언론과 연구자들이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에 가깝다. 콜럼비아 기후학교가 설명하듯 엘니뇨 자체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고, 그에 따라 대기 순환이 달라지는 엘니뇨 남방진동 현상의 한 국면이다.

엘니뇨는 강도와 공간 분포가 매번 다르고, 무엇을 기준으로 ‘강하다’를 판단할지도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다의 어느 구역이 얼마나 오래 따뜻했는지, 대기 순환 변화가 얼마나 동반됐는지, 관측값을 어느 기준선과 비교하는지에 따라 같은 해도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 그래서 슈퍼 엘니뇨라는 표현을 들을 때는 단어 자체보다, 어떤 지표에서 어떤 정도의 온난 이상이 지속되는지, 그 결과 대기와 강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만 사회적 의미는 분명하다. 슈퍼 엘니뇨라는 말은 위험의 ‘증폭’을 암시한다. 이는 재난 대비와 물가 전망을 고민하는 정부와 기업, 농가와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과장된 공포를 낳을 수 있어 과학자들이 용어 사용에 신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왜 열대 태평양의 온도 상승이 전 세계 비와 바람을 바꾸나

엘니뇨가 작동하는 핵심 무대는 열대 태평양이다.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 변화는 바다에서 대기로 올라가는 열과 수증기 흐름을 바꾸고, 이는 구름과 비가 집중되는 위치를 이동시킨다. 열대에서의 강수대 이동은 단순한 지역 현상이 아니라, 상층 바람의 흐름과 대기파를 통해 중위도까지 영향을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지역은 평소보다 비가 잦아지고, 어떤 지역은 반대로 건조해질 수 있다. 문제는 ‘평균’이 아니라 ‘극단’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강수의 총량이 조금 변하는 것보다, 짧은 기간에 폭우가 몰리거나 비가 와야 할 시기에 장기간 마르는 편차가 더 큰 피해를 남긴다. 슈퍼 엘니뇨로 불릴 만큼 강도가 크다면, 이런 편차가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원리는 물 관리와 직결된다. 상수원과 댐 운영은 계절별 강수 패턴을 전제로 설계되어 왔는데, 엘니뇨 해에는 그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농업용수 배분, 하천 홍수 위험, 도시 배수 체계의 한계가 같은 시간대에 시험대에 오른다.

슈퍼 엘니뇨가 불러오는 위험은 ‘어디에나 동일’하지 않다

슈퍼 엘니뇨라는 말이 확산될수록 흔히 생기는 오해는, 전 세계가 같은 방식으로 더워지고 더 위험해진다는 인상이다. 실제로는 지역별로 위험의 방향이 달라진다. 어떤 곳은 강수 증가로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다른 곳은 강수 감소로 가뭄과 산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폭염은 대기의 정체와 토양 수분 감소 같은 조건과 결합해 강도를 더할 수 있다.

콜럼비아 기후학교가 강조하는 지점도 ‘강한 엘니뇨가 있을 때 무엇이 가능한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엘니뇨는 위험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취약성을 증폭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배경 조건이 된다. 같은 강도의 비도 산림 훼손이 진행된 유역에서는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같은 기간의 건조도 물 저장 여력이 큰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결과가 크게 다르다.

이 때문에 재난 대비는 기상 현상 이름보다, 지역의 노후 인프라, 지하수 의존도, 농업 구조, 산림 관리 같은 사회적 조건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슈퍼 엘니뇨는 그 논의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식량과 물가: 강한 엘니뇨가 농업 생산과 공급망을 흔드는 경로

슈퍼 엘니뇨가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식량 체계가 기후 변동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작물은 온도뿐 아니라 강수의 타이밍에 좌우된다. 파종과 개화, 수확기에 비가 과하면 병해가 늘고 작업이 지연될 수 있으며, 비가 부족하면 수량이 줄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물류 측면에서는 홍수로 도로와 항만 운영이 차질을 빚거나, 가뭄으로 수로 운항이 제한되는 등 공급망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식품 물가와 연결된다. 특정 지역의 생산 차질이 즉시 전 세계 가격으로 전이되는 구조에서, 기후 변동성 확대는 기업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동시에 자극한다. 특히 사료 곡물 가격이 흔들리면 축산물 가격은 한 박자 늦게 더 크게 반응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는 대체 단백질과 식물성 식품 시장의 의미가 커진다. 기후로 인한 사료와 물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토지와 물 사용량을 줄이려는 산업적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자동으로 전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료 작물의 수급, 가공 공정의 에너지 가격, 소비자 가격 민감도 같은 변수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는 그 복잡한 연결고리를 한 번에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우디 해럴슨이 말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식단 변화가 왜 ‘1순위’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기술 투자와 국가 정책에 쏠리는 가운데, 배우 우디 해럴슨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지점으로 ‘식단 변화’를 지목했다. 개인의 접시에 올라가는 선택이 물 사용과 토지 이용, 온실가스 배출, 동물복지까지 한 번에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해럴슨의 발언은 유명인의 생활 습관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해럴슨, 테드 댄슨, 해리슨 포드가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와 해양 보호를 논의한 자리에서 나온 메시지였고, 소비자 트렌드와 식품 산업의 전환, 정책과 연구가 맞물리는 흐름 속에서 ‘식단 변화’라는 키워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쟁점은 이전 기사 기후 거버넌스에서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왜 지금 중요한가미시간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키우는 다음 세대: 기후·자금 압박 속 농업 진입로에서 다룬 흐름과도 연결된다.

팟캐스트에서 나온 ‘식단 변화’ 발언, 왜 주목받았나

Plant Based News에 따르면 해럴슨은 최근 팟캐스트 Where Everybody Knows Your Name에서 “지구를 돕기 위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넘버 원’은 식단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와 함께 “고기 섭취와 가축, 그 모든 것”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며, 특히 물 자원과 같은 부담을 짚었다.

이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대중적 영향력 때문이다. 해럴슨은 수십 년간 비건으로 알려져 있고, 동물과 환경을 주제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대화에는 환경운동으로 잘 알려진 해리슨 포드가 게스트로 참여했고, 오세아나 활동 등으로 해양 보호 캠페인을 이어온 테드 댄슨도 함께했다. 세 사람의 공통 분모는 기후위기를 ‘특정 진영의 의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식단 변화’가 산업 구조를 건드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소비와 공급이 맞물려 돌아가는 식품 시스템에서 특히 파급력이 크다.

축산과 환경 부담을 둘러싼 논의에서 ‘식단 변화’가 갖는 의미

해럴슨이 지목한 ‘식단 변화’는 단순히 고기 섭취를 줄이는 건강 선택으로만 이해되기 어렵다. 축산은 사료 생산과 토지 이용, 물 소비, 분뇨 관리, 공급망 냉장 유통 등 여러 단계에서 환경 부담 논쟁의 중심에 서 왔다. 해럴슨은 “고기 섭취와 가축”이 물 자원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언급하며, 개인의 일상적 선택이 환경 문제의 구조적 요소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의 ‘식단 변화’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소비될 위험도 있다. 식품 시스템의 배출과 생태 영향은 기업의 생산 방식, 정부의 보조금과 규제, 국제 무역 구조에도 크게 좌우된다. 그럼에도 ‘식단 변화’가 반복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소비자 선택이 시장 신호로 작동해 대체 단백질과 식물성 제품의 투자와 유통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생산 구조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건과 플렉시테리언, 저탄소 식단 같은 소비 트렌드는 국가별로 속도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확산해 왔고, 식품 기업들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대응해 왔다.

해리슨 포드의 경고와 세대 담론, ‘식단 변화’가 사회적 의제로 확장되는 방식

같은 방송에서 해리슨 포드는 기후위기를 두고 “인류는 스스로의 멸종을 지원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과학 역사상 첫 번째 종”이라고 말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문제의 긴급성과 이해 수준이 더 높고, 행동 의지가 강하다고도 했다. 이런 세대 담론은 ‘식단 변화’의 사회적 의미를 확장한다. 학교 급식, 공공기관 식단, 기업 구내식당 등 집단 소비 영역에서의 변화는 개인 선택을 넘어 제도 변화로 연결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포드의 식습관 변화도 언급됐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주로 페스코테리언에 가깝게 먹고 있으며, “고기를 먹는 데 지쳤고, 지구에도 좋지 않고 나에게도 좋지 않다고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유명인의 식단 변화는 때로는 유행처럼 소비되지만, 동시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환경과 건강, 윤리의 교차점이 됐다는 시대 감각을 반영한다. 특히 기후위기 국면에서 식품 선택이 탄소와 생물다양성, 해양과 산림, 동물복지 논쟁과 함께 거론되는 빈도가 커졌다.

해양 보호와 고단백 소비의 접점, ‘식단 변화’는 왜 바다로도 이어지나

세 사람이 방송에서 올해의 ‘랜드마크’로 언급한 하이 시스 조약은 공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둘러싼 국제적 합의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해양 보호 의제는 남획과 해양 생태계 파괴, 해양 오염과 직결되며, 우리의 식탁과도 연결된다. 테드 댄슨이 오랫동안 파괴적 어업 관행과 산호초 파괴에 반대해 온 점이 함께 소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식단 변화’는 육상 축산만이 아니라 해양 자원 소비 패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 된다. 식물성 식단 확대는 육류 수요뿐 아니라 단백질 소비의 구성을 바꾸는 흐름으로 읽힐 수 있고, 이는 어업과 양식업의 지속가능성 논의와도 맞물린다. 포드가 주로 페스코테리언이라고 밝힌 사실은, 완전한 비건이 아니더라도 기존 육류 중심 식단에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넓은 스펙트럼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 스펙트럼을 정책과 산업이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다음 단계의 쟁점이 된다.

미시간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키우는 다음 세대: 기후·자금 압박 속 농업 진입로

농부가 되려는 사람은 늘지만, 실제로 ‘버티는’ 사람은 줄어드는 역설이 커지고 있다. 농지 가격은 개발 수요로 치솟고, 이상기후는 수확의 변동성을 키우며, 초기 장비·운영자금 부담은 신규 진입자를 먼저 밀어낸다. 이런 틈에서 미시간 북부 트래버스시티 인근의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실험과 실패를 허용하는 안전지대를 표방하며 다음 세대 농업 인력을 길러내겠다고 나섰다.

현장의 긴장은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최근 농장 파산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는 전국 농업단체의 보고가 나왔고,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5만 에이커가 넘는 농지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싶다’는 동기,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은 꺼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열망을 실제 직업으로 연결해 줄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이고, 이 프로그램은 그 빈자리를 메우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 쟁점은 이전 기사 종이빨대 사용, 뭐가 문제야?재생농업, 지구와 식탁을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해답에서 다룬 흐름과도 연결된다.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등장한 배경: 고령화, 농지 상실, 기후 리스크

미국 농업은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위에 서 있다. 고령 농업인의 은퇴가 가속되는데도 새로운 인력이 안정적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지역 식품 공급망은 더 취약해지고 식품 가격 변동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폭우·가뭄·서리 같은 극단적 날씨가 잦아지면서, 경험이 부족한 신규 농부에게는 ‘첫 시즌’이 곧 생계 리스크가 된다.

여기에 농지 접근성은 더 나빠졌다. 개발업자 수요와 토지 자산화가 맞물리면서 농지 가격이 상승했고, 지난 20년 동안 광범위한 농지 전용이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땅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출도 어렵고, 설비 투자를 계획하기도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 같은 훈련·창업 준비 프로그램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농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미시간 북부의 실험장: Great Lakes Incubator Farm의 운영 방식

트래버스시티 남쪽 외곽 농지에 자리한 Great Lakes Incubator Farm은 7개월 동안 3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코호트가 농사를 ‘직접 하며 배우는’ 구조를 택했다. 병해충 관리, 트랙터 운전, 농장 비즈니스 플랜에 들어갈 항목 등 현장에 바로 필요한 내용을 다룬다.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라는 이름처럼, 목표는 이윤 극대화보다 역량 축적과 시행착오의 비용을 낮추는 데 맞춰져 있다.

학생들이 재배한 과일과 채소는 이미 시즌 구매를 약속한 지역 주민에게 공급되고, 남는 물량은 푸드레스큐(식품 구호·구조) 활동으로 기부된다. 판매처가 사전에 확보되면, 초보 농부는 ‘판로 불확실성’이라는 큰 스트레스를 일부 덜고 생산과 기록, 작부체계 같은 핵심 기술에 집중할 수 있다. 농업을 배우는 동시에 지역 식품 접근성을 넓히는 효과가 생기는 지점이다.

이 프로그램이 ‘실패할 수 있는 공간’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영을 총괄하는 매니저이자 강사 애덤 브라운은 서리 피해 같은 돌발 변수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큰 위험 부담 없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교육이라고 설명한다.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장이라는 뜻이다.

재생농업을 가르치는 이유: 기후 대응과 토양 건강, 생태계 가치

Great Lakes Incubator Farm의 커리큘럼은 재생농업을 중심에 둔다. 재생농업은 토양 건강을 회복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의 농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적으로 토양 유기물·수분 보유력 등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으로도 거론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배출원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초보 단계부터 이런 관점을 주입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동기도 ‘환경과 먹거리의 연결’을 전면에 둔다. 보전(컨서베이션)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농사 경험이 없었던 트로이 사루나는 더 심해지는 이상기후 속에서 자신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먹거리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동시에 야생동물을 지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목은 동물복지와 식품 산업의 변화와도 닿아 있다. 재생농업이 곧바로 동물복지형 축산이나 비건 산업과 동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최소한 ‘생태계 훼손을 줄이는 생산’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다. 최근 소비자들은 로컬푸드, 환경 발자국, 생산 과정의 투명성에 더 민감해졌고, 식품 기업도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에서 배우는 기록·관리 능력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기본 역량이 된다.

초보부터 ‘경력 농부’까지: 기술뿐 아니라 경영·기록의 격차를 메운다

이 인큐베이터는 완전 초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앨라배마에서 4에이커 규모의 소농장을 운영하는 샤나야 홈스는 더 남쪽과 다른 기후에서 재배법을 익히고, 무엇보다 기록 관리를 강화하고 싶어 참여했다. 무엇을 언제 심었는지, 어떤 토양을 썼는지, 장비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같은 데이터는 생산성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경영 안정성에 직결된다.

하지만 현장 노동이 많은 농업에서 ‘장부를 보러 실내로 들어오는 일’은 늘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홈스가 말한 ‘밖에서 밖으로’의 습관은 많은 소농이 겪는 현실이고, 그 결과는 비용 통제 실패나 투자 판단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초보 농부 인큐베이터가 경영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은, 농업을 낭만이나 기술 문제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지속 가능한 생업으로 다루기 위한 장치다.

브라운은 이 과정이 농장 창업으로만 이어지길 강요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한다. 농장을 직접 시작하든, 다른 농장을 관리하든, 또는 식품 시스템의 다른 직무로 가든 ‘사다리의 어느 칸’에서든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식품 산업 전반에서 인력 공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 푸드시스템의 회복력을 높이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후 거버넌스에서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왜 지금 중요한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도구는 더 이상 실험적 보조수단이 아니다. 재난 조기경보, 에너지 수요 관리, 도시 열섬 대응, 홍수 위험 예측, 취약계층 지원 설계까지 정책의 속도와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같은 도구가 어떤 지역을 ‘위험’으로 낙인찍거나, 어떤 피해를 통계 밖으로 밀어내거나, 지원에서 배제되는 집단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있다. 도구가 무엇을 보게 하고 무엇을 무시하게 만드는지, 어떤 데이터를 정상으로 간주하고 어떤 경험을 주변화하는지에 따라 기후 거버넌스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컬럼비아 기후학교(Columbia Climate School)가 최근 공개한 견해 글은 이를 ‘학습’과 ‘돌봄’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기후 정책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기술적 성능 너머로 확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가 정책을 좌우한다

컬럼비아 기후학교의 글은 복잡한 지시를 단계화하고 맥락을 제공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실제로는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를 정해주는 틀 위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이 틀은 단순한 사용법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정책이 어떤 현실을 문제로 규정하고 어떤 현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지와 직결된다.

기후 거버넌스에서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적으로 학습되고 적용되는 규칙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기준’이 된다. 어느 지역의 침수 피해는 기록되지만 비공식 주거지의 피해는 누락되거나, 실내 열스트레스의 위험은 측정되지만 야외 노동자의 건강 영향은 과소평가되는 식의 공백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꾼다. 도구가 중립적으로 보일수록, 그 도구가 전제하는 정상성의 기준과 데이터의 빈틈은 더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 문제는 환경과 지속가능성 의제 전반에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교통 최적화 같은 목표가 탄소 감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의 이동권이나 냉방 접근성이 희생된다면 기후정의의 원칙과 충돌한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성능을 높이는 작업과 동시에, 그 성능이 누구에게 어떤 비용과 혜택으로 배분되는지 점검하는 일로 확장된다.

기후 취약성, ‘데이터에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기후정책은 점점 더 정교한 위험 지도와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때 가장 큰 함정은 ‘측정 가능한 것’만이 정책의 언어가 되는 순간이다. 컬럼비아 기후학교의 글이 강조하는 지점은, 여성, 원주민, 다양한 인종·민족 집단, 저소득층, 장애인 등 교차적 취약성의 경험이 종종 주변화된 데이터로 남거나 아예 누락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경험에는 유급 노동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돌봄노동, 비공식 경제, 반복되는 소규모 재난 피해, 오염 노출의 누적, 이주와 정착 과정의 비용 같은 요소가 포함된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런 공백을 ‘노이즈’로 처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가시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단지 여러 집단을 ‘이해관계자’로 호명하는 수준을 넘어, 이들을 지식 보유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현장에서 축적된 생활의 지식은 어떤 위험이 실제로는 더 크고, 어떤 지원이 실행 단계에서 막히는지 드러낸다.

식품 시스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 가뭄과 폭염이 농산물 수급을 흔들 때, 공식 유통망의 가격 지표만으로는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악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지역 푸드뱅크 수요, 학교급식의 대체 조달, 소규모 농가의 손실,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 위험 같은 요소가 정책 판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효율적 대응’이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 전환, 식물성 대체식품과 비건 산업의 성장 같은 소비자 트렌드도 데이터로는 성장세만 보이기 쉽지만, 원료 공급망의 환경 부담과 노동·동물복지 기준, 가격 접근성 격차가 함께 평가되지 않으면 전환의 공정성이 흔들린다.

동물복지 역시 데이터의 빈틈에 취약하다. 기후재난이 잦아질수록 축산 시설의 폭염 피해, 전염병 확산 위험, 사육 환경 악화는 동물의 고통과 직결된다. 그런데 공공 의사결정에서 ‘동물’은 비용 항목이나 생산량 변수로만 단순화되기 쉽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동물복지 기준, 항생제 사용, 사료 공급망의 산림 훼손 같은 요소를 정책 목표와 함께 다루도록 요구한다.

윤리적 가드레일과 책임 구조가 없으면 불평등이 증폭된다

컬럼비아 기후학교의 글은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기존 가정과 편견을 상속하고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구가 도시 인프라 투자, 위험 등급 산정, 적응 예산 배분, 피해 보상 기준에 활용될수록 문제는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결과로 이어진다. 이때 핵심은 윤리적 가드레일, 즉 지속적인 평가·감시·수정 체계를 제도적으로 내장하는 일이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실무적 의미는 명확하다. 첫째, 배제와 편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하고 대표성 있는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공정성·형평성·투명성·견고성이 설계의 부차적 조건이 아니라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셋째, 책임 구조가 분명해야 한다. 개발·운영 기관 내부의 책임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과의 영향을 받는 공동체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이의 제기 경로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여기서 정책의 질문도 바뀐다. 어떤 형태의 기후 피해를 미리 예상하고 줄일 것인가, 실패가 발생했을 때 누가 개입할 권한을 갖는가 같은 물음이 설계 단계부터 포함돼야 한다. 또한 데이터가 포착하지 못하는 불확실성과 대안적 지식, 숫자로 바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에 대해 ‘모른다’는 공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글은 강조한다. 무엇이든 계산할 수 있다는 환상은 오히려 취약성을 키운다.

이 논리는 최근의 소비자·산업 변화에도 적용된다. 기업들은 탄소발자국, 공급망 리스크, 가격 변동을 정량화해 투자와 생산을 결정한다. 하지만 노동권, 지역사회 영향, 동물복지, 생태계 서비스의 훼손은 단기간 수치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 ‘측정의 불균형’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

기후 거버넌스의 ‘속도’와 ‘정의’를 함께 묶는 조건

기후위기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예측이 빨라지고 대응이 자동화될수록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컬럼비아 기후학교의 관점은 이런 효율의 논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정의의 질문을 뒤로 미루면 그 효율이 누군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속도 경쟁과 별개가 아니라, 속도를 정당화하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

도시 차원에서는 열스트레스와 침수, 전력 피크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취약계층이 많은 주거지에 냉방 지원과 그늘 인프라를 우선 배치할지, 위험 지역의 개발과 보험 시장을 어떻게 규율할지, 대피 정보가 다언어·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같은 문제는 데이터 기반 판단이 곧바로 인권과 복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농업과 식품에서도 기후 충격은 작황과 가격만이 아니라 영양 불평등, 급식과 취약계층 지원 체계, 지역 생산 기반의 붕괴로 확장된다. 지속가능한 식단 전환과 식물성 식품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공급망의 환경·사회 기준을 함께 세우지 못하면 ‘녹색’의 이름으로 새로운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런 교차점을 관리하는 언어다. 무엇을 최적화할지, 최적화의 비용이 누구에게 가는지,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와 보상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까지 포함한다. 글이 ‘돌봄’과 ‘책임’이라는 단어로 강조한 것도, 기후정책이 다루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세대 간이며 영향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지금 설계되는 판단 기준과 가치의 우선순위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정책의 관성으로 남는다.

컬럼비아 기후학교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기후 거버넌스가 기술의 도입 여부를 넘어, 공정성과 책임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도구가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 사회가 더 책임 있게 결정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더 빠르게 작동하면서도 더 불평등해질 수 있다. 책임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적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 어린이·청소년, 성인보다 ‘고기 없는 식단’에 더 개방적…유지에는 가족 지원이 관건

연구: 어린이·청소년, 성인보다 ‘고기 없는 식단’에 더 개방적…유지에는 가족 지원이 관건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인보다 고기 없는 식단에 더 개방적이지만, 이를 오래 유지하는 데에는 가정의 지지가 결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장기에는 ‘고기 없는 식단’을 시도해 볼 심리적 여지가 크지만, 맛과 편의, 또래 관계와 가족 식사 관행 같은 현실적 요인에 부딪히며 다시 육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는 미래 세대의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 그리고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행동 변화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 전환이 정책·산업 전반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청소년기의 식습관 형성이 환경과 공중보건, 동물복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는 고기가 ‘동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느끼는 거부감이 고기 없는 식단을 고민하게 하는 주요 계기였고, 청소년기에는 환경과 건강에 대한 문제의식이 동기가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윤리와 생태 감수성, 건강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로도 읽힌다.

부모 지원이 좌우한 ‘고기 없는 식단’의 지속성

연구진은 영국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소속 연구자들로, 18~26세의 젊은 성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성장기 동안 고기를 끊을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응답자의 48.5%가 중등교육(secondary school)을 마치기 전 고기 없는 식단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처음으로 고기 섭취 중단을 생각한 평균 연령은 약 11세였다. 고기 없는 식단을 실제로 시도한 비율은 ‘고기를 끊을까’ 고민했던 사람 가운데 50.4%로 나타났다. 즉, 마음속 고민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절반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연구는 동시에 ‘유지’가 가장 큰 장벽임을 보여준다. 많은 참여자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고기를 먹게 됐는데, 주요 이유로 맛, 편의성, 사회적 압력, 그리고 가족의 일상적인 식사 루틴이 꼽혔다. 특히 부모의 지지는 고기 없는 식단을 지속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성장기 식사는 개인이 독립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학교 급식과 가정식의 구성, 장보기와 조리 방식, 가족 구성원의 식습관이 사실상 ‘기본값’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Psychology of Human-Animal Intergroup Relations’에 2026년 3월 ‘Early Attempts to Stop Eating Meat: Prevalence, Predictors and Outcomes Among UK Youth’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내용은 Plant Based News가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엑서터대 선임강사 루크 맥과이어(Luke McGuire)는 “식물성 식생활로의 전환이 커지고 있지만, 많은 성인들은 행동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육식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며 필요하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동물의 생명에 대해 인간의 생명과 유사한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성인보다 육식을 도덕적으로 용인하는 비율이 낮다”며, 이런 신념이 실제 식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건강·동물복지 이슈가 만드는 세대의 식습관 변화

이번 연구는 고기 없는 식단을 둘러싼 동기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보여준다. 어린 아이들은 고기가 동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느끼는 정서적 반응, 즉 거부감이 촉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청소년과 나이가 더 든 어린이들은 환경 문제와 건강 우려를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학교 교육, 미디어 정보, 또래 문화 속에서 기후위기와 건강 담론이 확산되며, 식생활이 ‘개인의 선택’이자 ‘사회적 태도’로 읽히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육류 소비 감축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토지·물 사용 부담 완화,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결되는 대표적인 생활 속 환경 의제로 거론된다. 동시에 공장식 축산의 동물복지 문제는 식품 윤리와 소비자 권리 논쟁을 확장시키고 있다. 고기 없는 식단을 선택하거나 시도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런 흐름이 다음 세대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연구가 보여주듯 개인의 의지만으로 고기 없는 식단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맛과 편의성은 식품 산업이 설계하는 핵심 경쟁 요소이고, 또래 집단에서의 ‘눈치’와 사회적 규범은 청소년에게 특히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가정의 식사 관행이 더해지면, 고기 없는 식단은 지지 기반이 있을 때만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쉽다.

이 지점에서 학교와 지역사회, 정책의 역할이 논의된다. Plant Based News 보도는 “부모와 학교의 적절한 지원, 그리고 식물성 식품의 편의성과 매력 향상이 뒷받침된다면, 아동기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강력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맥과이어의 발언을 전했다. 연구는 구체적 정책 처방을 제시하기보다, ‘지속가능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급식 메뉴 구성, 영양 교육, 가정 내 조리·구매 역량, 그리고 외식·가공식품 시장에서의 선택지 확대가 모두 연결된 문제다.

또한 연구는 ‘고기 없는 식단’이 성장기 건강과 충돌한다는 통념을 재검토하게 한다. 기사에서는 2025년 연구를 인용해, 식물성 식단이 아동의 성장과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영양 요구를 충족하도록 효과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맥과이어는 “채식이나 비건 식단은 올바르게 구성한다면 어린이에게도 안전하고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은 식품 산업과 소비자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물성 대체식품의 접근성과 품질, 학교와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의 다양성, 알레르기와 영양 균형을 고려한 제품 설계는 시장 확대의 조건이 된다. 동시에 청소년의 선택이 ‘일시적 시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선택을 지탱할 사회적 인프라—가족의 지지, 또래 문화의 변화, 학교 급식과 공공 조달에서의 선택권—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로 읽힌다.

원문 출처: Plant Based News https://plantbasednews.org/lifestyle/health/children-and-teenagers-meat-free-diets/

미 육군은 왜 ‘공기 단백질’에 900만 달러를 투자했나

전쟁은 이제 ‘식량 생산 능력’까지 요구한다

미국 국방부가 미래 전쟁 수행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최근 미 육군은 캘리포니아 생명공학 스타트업 Biosphere에 약 9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핵심 목표는 전투 지역에서 병사들이 직접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이동형 바이오리액터 개발이다.

표면적으로는 대체 단백질 기술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수 체계와 공급망 전략 전반을 재설계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미국 국방부 DEVCOM Soldier Center는 이번 사업 목적을 “보급이 제한된 환경에서 자율적 영양 생산 역량 확보”라고 설명했다.

현대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공급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군 내부에서는 “보급망이 공격받는 시대(contested logistics)”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드론과 장거리 미사일 기술 발전으로 후방 보급기지조차 안전지대가 아니게 되면서, 군은 외부 공급 없이 장기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Biosphere 프로젝트는 이 문제의 해답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기술은 ‘가스 발효(gas fermentation)’ 기반 단백질 생산 시스템이다. 미생물에게 이산화탄소, 수소, 산소, 물, 전기를 공급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기와 전기로 만드는 식량”에 가깝다.

기존 식량 생산은 농업과 축산 기반 공급망 위에 존재했다. 반면 가스 발효는 전기와 물, 가스만 있으면 현장 생산이 가능하다. 미군이 구상하는 것은 단순한 미래 식품이 아니다. 식량 운송 자체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보급망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시스템이다.

미 육군 계획에 따르면 초기 목표는 병사 18명에게 하루 2,800칼로리를 현장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이후 최대 250명 규모까지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군용 식품 개발이 아니라 “현장 제조형 군수 체계” 개념에 가깝다.

미 국방부가 주목한 것은 ‘단백질’보다 ‘생산 방식’이었다

Biosphere가 업계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대체 단백질 기업이어서가 아니다. 핵심은 바이오리액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현재 산업용 바이오리액터는 사실상 1940년대 페니실린 생산 기술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기존 시스템은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와 복잡한 배관 구조를 사용하며, 고온 증기 멸균 방식에 의존한다. 문제는 비용과 규모다. 수백 개 밸브와 배관, 대규모 스팀 설비가 필요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바이오 제조 산업은 오랫동안 “기술은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Biosphere는 이 구조를 자외선(UV) 멸균 기술로 단순화했다. 회사는 UV 기반 sterilise-in-place 시스템을 통해 기존 대비 자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멸균 속도는 6배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배관과 밸브 수를 크게 줄여 이동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쉽게 말하면 기존 바이오 공장을 군용 장비 수준 크기로 줄이려는 시도다.

미 국방부가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하다.
군이 필요한 것은 “맛있는 미래 음식”이 아니라, 전장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제조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Biosphere 공동창업자 Arye Lipman은 이번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연료, 화학물질, 특수 소재 생산까지 확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현재 바이오 제조를 6대 핵심 전략 기술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식량 문제를 넘어선다.
미래 전진기지가 단순한 주둔지가 아니라, 스스로 연료와 식량,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분산형 제조 허브”로 바뀔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미국 안보 커뮤니티는 합성생물학과 바이오 제조를 반도체 이후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와 농무부는 최근 식량과 농업을 국가안보 우선순위로 지정하는 협약까지 체결했다.

결국 식량은 더 이상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 안보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공기 단백질’은 군용 식량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미군은 이미 전투식량 체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대표 사례가 MRE(Meals Ready-to-Eat) 개편이다.

기존 MRE는 “오래가지만 맛없는 식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미군은 저장성뿐 아니라 경량화, 영양 밀도, 병사 피로 감소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7년부터 비건 MRE 옵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 군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효율성이다. 식물성 및 발효 기반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저장성과 생산 효율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군 차세대 전투식량인 CCAR(Close Combat Assault Ration)은 기존 식량보다 부피를 39%, 무게를 17% 줄였다. 미래 전장이 기동성과 분산형 작전 중심으로 바뀌면서 식량 역시 더 가볍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물론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우선 맛과 기호성 문제가 남아 있다. 군 연구에서도 병사들의 식량 만족도는 전투 사기와 직접 연결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또한 가스 발효 시스템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극한 환경에서 바이오리액터가 실제로 안정 작동할 수 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경제성 역시 과제다. 현재 대체 단백질 산업은 여전히 기존 축산보다 생산 비용이 높다.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가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전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전장은 드론 중심 작전, 분산형 전투, 불안정한 공급망, 고립된 전진 기지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현장 생산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존 역량이 된다.

과거 군대가 후방에 탄약 공장을 세웠다면, 미래 군대는 전선 가까이에 식량 공장을 두려 하고 있다.

Biosphere 사례는 대체 단백질 산업 역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이 산업은 탄소 감축과 동물복지 중심 서사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미국 국방부가 주목하는 핵심은 공급망 복원력, 군수 효율, 전략 제조 역량이다.

결국 “공기 단백질”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식 미래 식품 아이디어가 아니다.

영국 ‘대체 단백질 전략’ 본격화… 식량안보·기후·산업까지 바꾸는 굿 푸드 사이클

영국 정부가 식품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국가 전략 ‘Good Food Cycle(굿 푸드 사이클)’을 발표하며 대체 단백질(Alternative Proteins)을 핵심 산업으로 공식화했다. 이번 전략은 단순한 식품 정책이 아니라 식량안보, 공중보건, 기후 대응, 산업 경쟁력까지 동시에 해결하려는 구조적 전환 계획으로 평가된다. 특히 배양육, 식물성 단백질, 정밀발효 기술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 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명확히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영국 식량안보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구축”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의 식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의 축산 중심 식품 체계는 기후 변화와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로 지적되어 왔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 단백질이 선택된 것이다.

대체 단백질, 식량안보 전략의 중심으로 부상

대체 단백질이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식량안보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 농업 생산 방식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원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국은 농업 의존도가 높은 토지 구조와 수입 식품 비중이 높은 국가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 단백질은 생산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도시 기반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식물성 단백질과 미생물 기반 단백질, 배양육 기술은 기존 축산 대비 토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농업은 영국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식단 구조의 변화 없이는 탄소중립(Net Zero)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또한 대체 단백질은 단순한 환경 대응 수단을 넘어, 식량 공급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지역이나 기후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 방식은 향후 식량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대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대체 단백질을 ‘보조 식품’이 아닌 ‘핵심 식량 자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규제 개편과 투자 확대, 산업 육성 본격화

영국 정부는 대체 단백질 산업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과 대규모 투자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지되던 EU 중심의 노벨푸드(Novel Food) 규제 체계가 산업 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식품표준청(FSA)을 중심으로 배양육과 정밀발효 식품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험적 제품을 시장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초기 단계에서 시장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 선도 국가들이 이미 도입한 방식과 유사하다.

투자 측면에서도 영국은 이미 상당한 기반을 확보했다. 리즈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National Alternative Protein Innovation Centre, 세포농업 제조 허브, 미생물 식품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며, 공공 및 민간 투자를 포함한 누적 투자 규모는 수천만 파운드에 달한다. 추가적으로 수억 파운드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도 논의되고 있어, 산업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대체 단백질을 단순한 식품 산업이 아닌 바이오·제조·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즉, ‘먹는 것’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수용성과 시장 현실

그러나 대체 단백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수용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현재 대체 단백질 제품은 전통 육류 대비 가격이 높고, 맛과 식감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소비자 인식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체 단백질을 ‘가공 식품’ 또는 ‘인공적인 식품’으로 인식하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 문제는 기술 발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브랜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체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식품 기업들도 관련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결국 영국의 Good Food Cycle 전략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식품 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다. 대체 단백질은 그 중심에서 기존 축산 중심 구조를 보완하고, 새로운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이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현될지, 그리고 소비자 수용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식품 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PFAS 규제와 로비의 충돌: ‘영원한 화학물질’을 둘러싼 정치·산업·과학의 삼각구도

PFAS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정치와 산업계, 과학계에서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로비 회사들이 PFAS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화학 산업계를 동시에 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양면 로비(double lobbying)’ 구조는 환경정책의 신뢰성과 공중보건 보호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는 물, 기름, 열에 강한 특성 덕분에 반도체, 섬유, 조리기구, 식품 포장재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 물질은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 불리며, 인체와 생태계에 장기 축적되는 특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PFAS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로비 산업의 이해충돌: PFAS 규제의 투명성 위기

비영리 단체 F-Minus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로비 회사들이 화학기업과 지방정부·의료기관·환경단체를 동시에 대리하며 PFAS 정책에 관여한 사례가 최소 36개 주에서 확인됐다.

일부 로비 회사는 한쪽에서는 PFAS 규제 법안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고객을 위해서는 동일한 법안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는 PFAS 함유 소비재 금지 법안이 강한 반대 로비로 좌초된 반면, 오염 정화 기금 조성 법안은 통과됐다. 결과적으로 오염 발생 억제보다는 사후 정화 비용을 국민과 지방정부가 떠안게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양면 로비가 PFAS 규제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며, 이해충돌 관리와 로비 투명성 강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PFAS 규제의 과학적 근거와 건강 영향

PFAS 노출은 면역력 저하, 호르몬 교란, 특정 암 발병률 증가 등 다양한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증가하고 있다.

  • 식수 내 PFAS 농도와 갑상선암, 간암 사이의 상관성이 보고되었다.
  • PFAS는 면역반응을 약화시켜 감염 위험을 높이며,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최근 연구에서는 태아 혈액에서 여러 종류의 PFAS가 검출돼 임신 초기부터 노출이 이뤄질 수 있음이 지적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식수 내 PFAS 허용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새 기준이 시행되면 수천 건의 질병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PFAS 규제의 향후 과제: 과학, 산업, 정책의 균형

PFAS 규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과학, 산업, 정치가 맞물린 복합적 거버넌스 과제로 부상했다. 규제 강화는 장기적으로 수질 개선과 질병 예방에 기여하지만, 단기적으로 반도체, 항공, 섬유, 식품 포장 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화학 기업들이 PFAS의 독성 가능성을 수십 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정보를 은폐하거나 규제 지연 전략을 사용해 왔다는 내부 문서 분석 결과도 제시된다. 이는 현재의 규제 논의가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산업적 책임과 공공 거버넌스의 신뢰성을 시험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PFAS 규제의 미래: 신뢰 가능한 정책으로의 전환

PFAS 규제는 단순히 화학물질 관리 차원을 넘어 환경보건과 산업 구조 전반을 재정의하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규제 강화는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반도체·항공·패션 산업 등 주요 분야의 공급망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는 화학 기업들이 PFAS의 독성 가능성을 수십 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거나 규제 지연 전략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PFAS 규제는 과학적 근거, 이해충돌 관리, 정책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 위에서 재정립돼야 한다.

결국 PFAS는 “영원한 화학물질”일 뿐 아니라, 정치적·윤리적 시험대에 오른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