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송도 실용화센터 입주기업 공개 모집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가 인천 송도에 위치한 ‘극지환경재현실용화센터’의 입주기업을 공개 모집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극지연구와 관련된 기술적 역량을 보유했거나 극지 자원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갖춘 기업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모집은 6월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최종 선정 시 최대 7년간 입주 및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극지환경재현실용화센터(이하 실용화센터)는 지난해 11월 개소한 이후, 산학연이 협력하여 극지 기술의 실용화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순한 극지 연구 공간을 넘어, 첨단 실험시설과 극지연구소의 축적된 자원을 기반으로 신기술 개발 및 융합 연구가 가능한 개방형 연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 이 센터에는 2023년 첫 입주 모집을 통해 선발된 한 개 기업과 한 개 단체가 입주해 있으며, 극지연구소가 보유한 다양한 시료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동연구와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극지 기술 및 아이디어 보유 단체 대상 입주기업 공개 모집
이번에 모집하는 대상은 극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 극지 생물이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창업기업, 극지 시료나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중소기업 등이다. 여기에 더해, 극지 연구를 지원하거나 극지 교육 및 홍보에 기여할 수 있는 법인 및 비영리단체도 포함된다. 입주 심사는 제출된 사업계획서의 내용과 현실성을 기반으로 하며, 발표 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선정된 기업이나 단체는 초기 3년간 실용화센터에 입주할 수 있으며, 추가로 최대 4년까지 연장이 가능해 장기적인 연구 및 기술 상용화의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세계적 수준의 극지 연구 인프라 제공
입주 기업에게는 단순한 사무공간을 넘어서, 국내에서 드물게 극지 환경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첨단 연구 인프라가 제공된다. 특히 ‘달환경모사초저온실’은 영하 80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실제 남극이나 북극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극지 생물의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극지생물배양실, 바이오 기술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생산분석실 등 다양한 실험실이 완비돼 있어 극한 환경 기반 기술 개발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입주 기관은 극지연구소와의 협업 기회를 통해 보다 심화된 공동 연구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가 보유한 생물학적 시료, 환경 데이터, 해양·기후 정보 등은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되며, 이는 특히 바이오 산업, 기후 대응 기술, 해양 자원 활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파급력을 갖는다. 연구소는 입주기관과의 공동 과제 수행, 기술 이전, 극지 교육 프로그램 공동 운영 등을 통해 상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입주 신청은 극지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서식을 내려받아 이메일 또는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신청서에는 사업계획의 구체성, 기술의 독창성, 극지와의 연계성 등 다양한 평가 요소가 포함돼 있으며, 실용화 가능성과 사회적 파급력 또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극지연구소 측은 이번 공모를 통해 극지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지환경재현실용화센터는 단순한 실험 공간이 아니라, 실제 극지에 가지 않고도 극지와 동일한 조건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라며, “극지 분야의 유망 기업들이 이곳에서 기술력을 키우고, 산업화에 성공하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극지연구소는 민간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새로운 극지 산업 생태계를 이끌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극지는 그동안 먼 땅, 과학자의 세계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기후위기와 해양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원의 보고이자 기술개발의 시험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실용화센터 입주기업 모집은 우리나라가 이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극지 기술의 상용화를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집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극지연구소 공식 홈페이지(http://www.kopri.re.kr)에서 확인 가능하며, 극지라는 척박한 땅에서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기회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미국 배터리 재활용 산업 불확실성 높아지다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위치한 한 재활용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를 갈아 검은 가루 형태로 만들고 있다. 이 ‘블랙 매스’로 불리는 가루는 원래 해외 정제소로 수출돼 니켈, 코발트 등 귀중한 금속이 추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장에서 직접 리튬카보네이트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장치용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매사추세츠주 기반 기업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는 북미 유일의 재활용 리튬카보네이트 생산업체로, 이달 말부터 연간 3,000톤 규모의 생산을 목표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 내 다른 리튬카보네이트 생산처는 네바다주 실버피크에 위치한 소규모 광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은 대대적인 제동에 직면했다. 보조금과 융자 중단, 에너지청 조직 축소, 그리고 의심스러운 법적 절차를 동반한 기후 정책 철회 등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경제적 자립’이라는 명분 아래 리튬 등 핵심 광물의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터리 재활용 업계는 혼란 속에서도 일정 부분 기대감을 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배터리 재활용 전문가 비트리스 브라우닝은 “현재 재활용 업계는 정책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는 ‘중간지대’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보조금은 유지되지만, 무역전쟁과 투자 철회로 미래 불투명
이 공장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어센드 엘리먼츠는 켄터키주 홉킨스빌에 두 번째 재활용 공장을 짓기 위해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3억1,6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재활용 금속을 활용한 배터리 양극재 전구체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네바다주 리노의 아메리칸 배터리 테크놀로지 컴퍼니도 DOE로부터 1억4,400만 달러를 확보해 두 번째 재활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사이르바 솔루션즈(Cirba Solutions)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 신규 재활용 시설을 짓기 위해 2억 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이 공장은 연간 50만 대 분량의 배터리용 금속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일부 보조금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바이든 시대 핵심 법안이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수정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미 하원이 지난 5월 통과시킨 예산안은 EV 구매자 세액공제를 올해 말 폐지하고, 45X 제조 세액공제 종료 시점을 2032년에서 2031년으로 앞당겼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된다면, 배터리 재활용 업계는 주요 인센티브를 상실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무역정책이다. 중국산 원료에 대한 수입 제한은 미국 내 재활용 확대를 유도할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 등 우방국과의 무역 갈등은 재활용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미국 업체들이 생산한 블랙 매스는 상당 부분 한국의 정제소에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반발 여론 속에 이를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업계는 현재로서는 블랙 매스 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제약은 없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정제 설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 붐’이 사라지면 재활용 수요도 꺼진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단순히 광물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태양광, 풍력 등 청정 에너지 산업 전반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다. 하지만 바이든의 IRA가 폐지되거나, 연방정부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프로젝트 원가가 상승하면, EV와 배터리 공장의 건설 계획은 줄줄이 취소될 수 있다.
벤치마크에 따르면, 미국 내 재활용 가능한 배터리 중 40%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스크랩이며, 15%는 수명이 다한 EV 배터리, 14%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배터리, 나머지 31%는 스마트폰·노트북 등 소형 전자기기 배터리다.
전기차 및 청정 에너지 산업이 위축되면, 이 재활용 가능 물량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환경단체 E2는 트럼프 집권 이후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리튬을 세라믹, 유리, 산업용 화학 시장에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리튬의 90%가 배터리에 사용되지만, 산업 전반으로 수요처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과 3월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을 ‘비연료 광물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재활용 기업들도 이 목표에 부합한다며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다. 리사이클(Li-Cycle)의 CEO 아제이 코차르는 “핵심 광물은 미국의 에너지 경제 회복력에 핵심”이라며, “재활용 산업은 또 다른 국내 공급원으로서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엇갈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광물 자립은 업계에 기회이지만, 동시에 친환경 제조업 축소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정책의 방향성과 입법의 향방에 따라 미국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그 생존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재생농업, 지구와 식탁을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해답
캘리포니아의 식용유 제조업체 라투랑젤(La Tourangelle)의 창립자 마튜 콜마이어(Matthieu Kohlmeyer)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가족기업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단순한 유기농을 넘어 ‘재생농업’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면서다. 소비자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고려한 이 접근 방식은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바라기유 생산에 있어 기존의 산업농업 체계를 벗어나, 토양을 되살리고 생물다양성을 확대하는 재생농업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농업이 토양을 파괴하고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구조라면, 재생농업은 그 반대로 토양 속에 탄소를 저장하고 수질 오염과 토양 침식을 막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윤리적 선택을 넘어, 산업 전체에 전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른 재생농업
지금껏 농업은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화석연료 기반의 비료, 과도한 경운, 대규모 단일 작물 재배는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해왔다. 그러나 재생농업은 이 모든 흐름에 제동을 거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농업은 경운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땅을 비우지 않고 피복작물을 심으며, 다양한 작물을 순환 재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가축을 자연스럽게 방목하고, 퇴비와 유기물 중심의 비료를 활용한다. 이처럼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방식은 단지 작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양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생된 건강한 토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적절한 토지 관리만으로도 매년 2억 5천만 톤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재생농업은 수확량의 증가와 작물의 영양 밀도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이익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농가의 수익성까지 개선될 수 있어, 농민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된다.
재생 해바라기유의 성공, 새로운 유통 생태계 만든다
라투랑젤은 미국 전역에서 재생농업 방식으로 재배한 해바라기 씨앗을 공급받기 위해 수많은 유기농 업체들과 접촉했지만, 초기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억 에이커가 넘는 기름작물 재배 면적을 보유한 미국에서, 재생 방식으로 기름 작물을 생산하는 공급자가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러던 중 콜마이어는 캘리포니아의 ‘파크파밍 오가닉스(Park Farming Organics)’와 손을 잡게 된다. 20년 이상 유기농과 재생농업을 실천해온 이 가족농장은 이상적인 협력처였다. 라투랑젤은 이들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30에이커의 해바라기를 재배했다. 그 첫 수확으로 만든 재생 유기 해바라기유는 2021년 초 시장에 출시됐다.
해바라기 작물은 뿌리가 깊고 토양에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형성해 토양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식물로 평가받는다. 이는 재생농업의 핵심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라투랑젤은 첫 생산 성공 이후 45에이커로 확장했고, 이어 2022년에는 66에이커, 2023년에는 250에이커를 목표로 재배 면적을 늘려갔다.
지금까지 이들이 판매한 재생 해바라기유는 45,000개가 넘는다.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등 대형 유통 채널뿐 아니라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 중이다. 단순한 시도가 아닌, 하나의 유통 생태계를 새롭게 만든 셈이다. 콜마이어는 이 제품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과 정책 변화가 결정적인 열쇠
재생농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단지 농민의 결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농민들이 재생농업으로 전환하려 해도 초기 비용과 기술 부족, 판로 미확보 등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농업 정책, 특히 미국의 ‘Farm Bill’과 같은 제도적 틀이 재생농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식품 기업들도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펩시코는 2030년까지 1천만 에이커의 농지를 재생농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3백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제너럴밀스, 네슬레, 켈로그, 다논 등도 재생농업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그린워싱’ 우려도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재생농업 인증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재생 유기 인증(ROC, Regenerative Organic Certified)과 사보리 인스티튜트의 ‘Land to Market’ 인증이다. 이들 인증은 단순한 재배 방식이 아닌, 실제 환경적 영향까지 측정해 신뢰를 제공한다.
소비자 역시 이런 인증 마크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슈퍼마켓에 재생농업 제품 입점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매장에서 상품을 고를 때 ‘유기농’이나 ‘무첨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재생농업’ 마크가 붙은 제품을 찾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고, 기업이 공급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재생농업은 단지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농업은 변할 수 있고, 식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한 끼 식사일지도 모른다.
하와이, 미국 최초 ‘환경 수수료’ 도입…관광이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
하와이가 미국 최초로 ‘환경 수수료(green fee)’를 도입하며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오랜 시간 의회 설득에 나선 끝에 해당 법안에 서명하며, 관광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관광객이 일부 분담하는 구조를 공식화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제도는 호텔 및 단기 숙박객에게 기존 숙박세에 0.75%를 추가로 부과하는 형태로, 약 연 1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 규모의 재원을 창출할 것으로 주 정부는 전망했다.
이 수익은 해변 침식, 산호초 파괴, 가뭄 및 산불 같은 기후 재난에 대응하는 다양한 환경 복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2023년 라하이나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 이후, 하와이의 기후 회복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세금 인상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와이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만 전가되어왔던 환경 회복 비용을 방문객도 일정 부분 분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년 약 1천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 중심 지역에서, 무분별한 자연 훼손과 자원 소모가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명확하다. 이에 따라, 관광 산업이 환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관광 수익 일부를 다시 환경에 환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공항 도착 시 징수하는 관광세나, 유명 관광지 출입 시 이용료 징수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으나, 현실적인 시행 가능성과 법적 문제로 번번이 무산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 숙박세에 간단히 덧붙이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확보했고, 무엇보다 주요 호텔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법안 서명식에 참여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 아웃리거 호텔 그룹의 제프 와고너 대표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관광세 수익이 실제로 환경 보전에 쓰인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이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실제로 확보된 재원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계획이다. 아직까지 세부 항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와이 주정부는 오는 가을부터 관련 프로젝트 선정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며, 첫 세수는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보된다.
다만 해당 그린피 수익은 별도의 특별기금이 아닌 일반기금으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재원이 환경 이외의 다른 분야로 유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린 주지사는 환경 재난 대응과 보존 사업을 주도할 관련 부서 및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자금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하와이의 주요 환경 단체들이 참여한 ‘케어 포 아이나 나우(Care For ʻĀina Now)’는 최근 연구를 통해 연간 최소 5억6천만 달러, 최악의 경우 17억 달러에 달하는 환경 보전 재정 격차가 존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그린피 수익은 그간 부족했던 예산을 보완하는 동시에, 더 큰 규모의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위한 채권 발행 기반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는 하와이를 넘어 미국과 세계 각국의 관광지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과 환경의 공존을 위한 선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재활용의 미래
지속 가능성이 건설 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때 매립지로 향하던 건설폐기물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과거에는 처리 비용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재활용 기술의 발달로 인해 중요한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건설폐기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콘크리트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건설폐기물 약 8,000만 톤 중 절반 이상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 무기성 폐기물이다. 이처럼 막대한 폐기물은 과거에는 단순 매립되거나 불법 투기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순환골재’로 가공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순환골재란 폐콘크리트를 파쇄하고 선별해 재사용 가능한 골재로 만든 자원을 말한다. 도로 기층재나 옹벽, 보도블록, 심지어는 새 콘크리트의 혼합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스팔트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도로를 밀링한 후 가열·가공하여 새로운 아스팔트 혼합물에 재활용하는 ‘재생 아스팔트(RAP)’ 기술은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폐콘크리트 미분말의 고부가가치 활용 가능성
학계에서도 이 같은 재활용 기술의 진전이 이어지고 있다. 공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폐콘크리트 미분말을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존 골재와 시멘트 페이스트를 정밀하게 분리하는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폐자재가 단순한 기층재를 넘어 고부가가치 재료로 발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해외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도 기술 표준화 및 관련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고품질 순환골재 생산을 위한 국가 연구사업을 통해 콘크리트용 잔골재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순환골재에 대해 명확한 품질 기준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유·무기 이물질 0.3% 이하, 흡수율 4% 미만, 밀도 2.3g/cm³ 이상이라는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었다. 이 같은 기준이 정립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활용도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순환골재 콘크리트를 공동주택, 보도, 옹벽 등 다양한 구조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순환골재의 품질 기준 강화와 활용 확대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순환골재에 대한 인식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건설자원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및 소비자 중 상당수는 천연골재에 비해 순환골재의 품질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순환골재 생산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품질 고도화를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재활용 골재의 시장 단가가 천연골재 대비 20~30% 낮게 형성돼 있지만,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순환골재의 품질과 친환경 가치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재활용 장려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공시설 조성 시 일정 비율 이상 순환골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건설폐기물의 직매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이러한 지역 단위의 규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순환골재 시장의 수요 기반도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건설 산업이 단순히 ‘건설’에 머무르지 않고, ‘해체와 재생’을 포함하는 순환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거 후 남은 자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재활용률 8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소비자 인식 개선과 재활용 자재의 시장 확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더 이상 쓸모없는 폐기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이자, 미래 도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핵심 재료다. 기술과 제도, 그리고 인식이 변화하는 지금, 우리는 과거의 잔해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읽어야 할 때다. 건설은 철거에서 시작되고, 철거는 또 다른 시작을 만든다. 자원 순환이 일상이 되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이다.
말레이시아 원주민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2022년 10월,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 보르네오 섬. 이 지역의 이반(Iban) 원주민 공동체를 이끄는 제프리 낭(Jeffery Nang) 추장은 일상적인 공동체 회의에 참석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 사라왁 산림부가 그와 그의 마을 주민 60여 명에게 30일 내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숲을 떠나야 한다는 퇴거 명령서를 건넨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들이 ‘보호림’ 안에서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추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보다 몇 달 전, 자신을 찾아온 벌목회사 관계자가 ‘이 숲의 나무가 필요하다’며 목재 채취를 암시했던 사실을 말이다. 방문자는 제드티(Zedtee Sdn Bhd)라는 기업의 소속이었고, 이는 말레이시아 내 최대 벌목업체 중 하나인 신양 그룹(Shin Yang Group)의 자회사다. 신양은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고급 목재와 연료용 펠릿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제프리 낭은 어떤 서면 합의도 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공동체는 그 이후로도 정부와 기업의 압박에 맞서며 3년 가까이 땅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이 숲을 단순한 삶의 공간이 아니라, 조상의 무덤이 있고, 신성한 폭포가 있는 ‘영혼의 땅’이라 여긴다. 이 땅을 떠나는 것은 단지 주거지를 잃는 것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잃는 일이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 제프리(Rumah Jeffery) 공동체에 대한 퇴거 조치는 국제법상 원주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자발적 동의 없이 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전히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벌목은 합법, 원주민 권리는 사각지대
휴먼라이츠워치의 수석 연구원 루시아나 텔레스 차베스(Luciana Téllez Chávez)는 “사라왁 주의 법체계는 원주민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에 따르면, 사라왁에서는 원주민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식민지 시절 찍힌 항공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항공 사진이 정부에 의해 기밀 자료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차베스는 “정보 접근 자체가 차단된 상황에서, 공동체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 시스템의 모순을 꼬집는다. 그녀는 현지 대학 연구진과 협력해 그 항공사진 데이터를 확보했고, 루마 제프리 공동체가 실제로 수십 년 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해왔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제드티는 주민의 동의 없이 벌목을 강행했으며, 글로벌포리스트워치(Global Forest Watch)와 메릴랜드 대학교의 분석에 따르면, 약 8헥타르(미식축구장 20개 규모)의 숲이 사라졌다.
사라왁 다약 이반 협회(Sarawak Dayak Iban Association)의 니콜라스 무자(Nicholas Mujah) 사무총장은 “사라왁에는 이와 같은 퇴거 사례가 수백 건 이상 존재한다”며, 이 지역의 관행적인 토지 수탈과 강제 이주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연관된 국제 문제
이 사안은 결코 말레이시아의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사라왁산 목재는 한국으로도 수출된다. 특히 가구, 바닥재, 건축 자재 등으로 널리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원재료가 인권 침해와 불법 벌목으로부터 자유로운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공급망 내에서 발생한 불법 벌목이 확인될 경우, 해당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인권 침해가 개입된 자원을 외면한 채 수입하고 사용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루마 제프리 공동체는 여전히 숲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강에서 고기를 잡고, 숲에서 채소를 재배하며 살아간다.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조상과 연결된 영혼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다.
차베스 연구원은 사라왁 주 정부가 퇴거 명령을 철회하고,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원주민 보호 법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녀는 특히 한국, 일본, 미국 등 목재 수입국들이 더 엄격한 수입 통제와 기업 감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라왁의 법체계는 국제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토지 수탈일 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미국 과학의 기반을 흔들다
70여 년 동안, 그리고 12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대학과 정부 기관 곳곳에서 미국 연구진은 치명적인 질병을 치료하고, 기상 예측을 혁신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체계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2기에서는, 이 견고했던 과학 인프라가 전례 없는 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 역량과 국제적 리더십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 연방정부가 주도해 온 기후 연구, 기초 과학 지원, 국제 협력체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그 여파가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과학 인프라 대대적 해체 착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과학계를 정조준했다. 1990년 의회가 설립한 미국 글로벌 변화 연구 프로그램(USGCRP)은 물론, 국가 기후 평가(NCA) 발간 작업까지 중단시키며 핵심 과학 연구를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다.
4년마다 발간되는 NCA는 미국 각 지역의 기후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해 온 중요한 보고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 보고서를 총괄해온 컨설팅 업체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사실상 차기 보고서 발간을 중단시키는 조치로, 과학계 안팎에서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행정부의 과학 해체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NASA의 기후 연구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NOAA(해양대기청)의 과학 연구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버드대학교를 포함한 주요 연구기관들에 지원될 예정이던 20억 달러 규모의 연구비도 동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들이 “정부 낭비를 줄이고 깨어있는(woke) 이념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과학계는 이를 ‘명백한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임명된 정부 효율성 부처는 “1조 달러 규모의 낭비와 사기를 제거하겠다”며 연방 과학자 수천 명을 해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계는 연구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력 기반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립과학재단(NSF)도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잃었으며, 국무부는 국제 기후 협상 담당 부서인 국제 기후변화국(Office of Global Change)을 폐쇄했다.
맥스 홈스 우드웰 기후 연구소 소장은 “미국 과학의 우수성과 리더십이 국가를 강하게 만들었다”며,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단지 미국만의 손실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리더십 상실 우려… 세계 과학계도 충격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과학계를 이끌어 왔다. 특히,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작성에서 미국 연구진은 핵심적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과학 지원을 중단하면서,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애리조나대학교 대기 과학자 케빈 거니는 “미국의 과학 인프라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가 참고하는 기후 모델과 데이터를 제공해왔다”며 “이제 그 토대가 무너지면서, 세계 과학계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IPCC 회의에 미국 연방 정부 소속 과학자들의 참석을 금지했다. 대신 일부 민간 과학자들만이 자비로 참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정부의 이탈로 인해 국제 보고서의 품질과 신뢰성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연방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미국 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지구물리연합(AGU)이 주도하는 미국 학술 동맹(U.S. Academic Alliance)이 발족해, 미국 과학자들의 IPCC 참여를 자체적으로 조율하기 시작했다. 대학과 민간 연구기관이 정부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것이다.
거니 교수는 “과학에 있어 일시적인 공백도 수십 년의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사회 전반에 퍼지는 과학 쇠퇴의 여파
과학 연구는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 미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다. 생명공학, IT, 우주항공, 제약 산업 등 세계를 주도한 혁신들은 모두 연방정부의 연구 지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 이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6년, 중국에 과학 논문 수에서 추월당했다. 이후 중국은 과학 연구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며 세계 과학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과학 연구를 외면하는 사이, 혁신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브레인 드레인(두뇌 유출)’ 현상이다. 연구비 삭감과 직업 안정성 붕괴로 인해, 유능한 미국 과학자들이 독일, 캐나다, 중국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 각국은 거액의 연구비 지원과 탁월한 연구환경을 제시하며 미국 과학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과학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과학기관들을 ‘좌파 이념에 오염된 조직’으로 공격하며, 대중의 과학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나타난 과학 무시 현상은 그 단적인 결과물이다.
과학계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과학은 정치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텍사스공대 기후 과학자 캐서린 헤이호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후진 거울을 보면서 급커브를 돌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과학적 방향 감각 없이는, 결국 모두 벼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금 과학적 리더십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과학 연구는 단순한 국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기후 위기, 신기술 개발, 공공 보건 대응 등 모든 글로벌 이슈의 핵심이다. 지금 과학을 버린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과학계는 사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다. 대학과 민간 연구기관이 정부의 공백을 메우고, 국제사회와 협력망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빠르게 복귀하지 않는다면, 미국 과학의 황금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2025년 허리케인과 태풍 전망
2025년, 전 지구적으로 기후 재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북대서양에서는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 시즌이 예고되고 있으며, 서태평양에서도 강력한 태풍의 조기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각각 허리케인과 태풍이라는 형태로 이 위협을 마주하고 있으며, 양국의 대응 체계는 현시점에서 명확한 대비 수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허리케인 시즌은 평년보다 훨씬 강력하고 빈번한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콜로라도 주립대학(CSU)은 2025년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에 총 9개의 허리케인과 그중 4개의 대형 태풍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고, 아큐웨더는 최대 10개의 허리케인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로, 해수면 온도 상승과 낮은 수직 바람 전단 등의 기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플로리다를 강타한 헬렌 허리케인은 카테고리 5급으로 24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79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남겼다. 이처럼 예측불가한 초강력 허리케인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정부는 이 중요한 시점에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의 정책 연장선에서, 현재 미국 정부는 정부 효율화를 명분으로 NOAA(미국 해양대기청)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연방 지출 1조 달러 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NOAA 소속 연구 인력을 대거 해고하고, 핵심 장비 유지·보수 예산을 줄였다. 기상 관측용 기구의 발사 횟수는 줄어들고, 위성과 해양 부표의 실시간 데이터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허리케인 중심부를 직접 비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허리케인 헌터’ 항공기의 운영이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폭풍의 세기와 경로를 분석하는 핵심 데이터가 누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예산 삭감의 영향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 데이터는 하나의 생명줄과 같으며, 경고 체계가 지연되거나 예보가 부정확해지면 주민들의 대피 기회가 줄어들고,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빈번해진 ‘급격한 세기 강화(Rapid Intensification)’ 현상은 더욱 큰 문제다. 이는 허리케인이 24시간 내에 중심 풍속이 35마일 이상 증가하는 현상으로, 2024년의 허리케인 밀턴은 단 하루 만에 90마일의 세기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NOAA의 실시간 추적 능력이 약화되면, 이러한 폭풍은 사실상 예고 없이 닥치는 재앙이 된다.
한편 한국 역시 2025년 태풍 시즌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민간 기상 블로그와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엘니뇨가 종료되고 라니냐가 도래하는 과도기로, 해수면 온도와 대기 흐름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5년에는 태풍 발생 수가 25~28개로 평년보다 다소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그중 3~5개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는 태풍 시즌이 5월 말부터 시작되어 예년보다 약 2주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8월 중순에서 9월 초 사이 가장 강력한 태풍이 집중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기상청의 장비와 예보 시스템을 강화해 왔지만, 일부 지역의 취약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농어촌과 도서지역에서는 실시간 알림 시스템 접근성이 낮고, 고령 인구의 경우 모바일 기반 경고 시스템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기상 관측 장비는 유지보수 인력이 부족하고, 지자체와 중앙기관 간의 정보 공유 체계도 완벽하지 않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의 재난 대응 훈련과 교육이 부족해, 대피 매뉴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 재난이 단기적인 예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후위기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IPCC는 2025년에도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태풍과 허리케인의 강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바다의 온도는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열대성 저기압의 연료 역할을 한다. 더욱이 기존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한 번의 집중호우나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수십 년간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예산 삭감이나 공공기관의 민영화 시도는 단기적인 재정 절감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재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NOAA는 1달러 투자당 약 6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 있으며, 조기 경보를 통해 인명 피해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한국 역시 기상청 및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민간 참여 확대, 그리고 과학 기반 정책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의 허리케인과 태풍은 단지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준비 상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자연재해는 단순한 피해를 넘어서, 재난 또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